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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끝
Spill Lute
2026. 10. 30. 01:28
여행의 끝
Romeo Merrow X Spill Rute
Romeo Merrow X Spill Rute
한 시간 반이었다.
동부선 전차가 틸베이 해안 터널을 빠져나와 중앙 순환선에 합류하고, 벨하벤 언덕 아래 정류장에 멈추고, 두 사람이 나란히 가파른 석조 계단을 오르는 그 한 시간 반 동안 스필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로미오도 마찬가지였다. 새끼손가락에 걸려 있던 접촉은 언젠가 풀려 있었고, 풀린 시점이 정확히 언제였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사실 알지만 기억의 저편으로 밀어버린 것에 가깝긴 했다.
저녁 바람이 루멘홀드 정문의 오래된 철제 문장 사이를 빠져나가며 낮게 울었다. 벨하벤 언덕 위의 고딕 첨탑들이 기울어진 노을빛을 받아 길고 어두운 그림자를 계단 아래로 드리우고 있었다.
스필이 제 짐가방을 받아 들었다. 로미오는 반쯤 자동으로 건넨 것이었다. 가방 끈이 손바닥에서 빠져나가는 감촉이 이상하게 선명했다.
잘 가.
두 글자였다. 금요일 저녁 루멘홀드 정문 앞에서 처음 만났을 때와 똑같은 위치, 똑같은 돌바닥이었다. 이틀 전에는 그의 손목을 잡고 따라온 손이 지금은 가방 끈을 쥔 채 제 몸 쪽으로 단정하게 접혀 있었다.
로미오는 움직이지 않았다. 돌아서서 내려가면 됐다. 솔트로우까지 중앙 순환선 세 정류장이면 되고, 내일 아침 여덟 시에 대표팀 훈련이 있고, 수요일까지 조개에 파도 소리를 넣어야 했다. 할 일이 명확하게 줄 서 있었다. 그런데 발바닥이 벨하벤의 낡은 돌판에 붙은 것 같았다.
한 시간 반 동안 머릿속을 채웠던 것은 분노가 아니었다. 개시제 밤에도, 어제 저녁 이별 영화를 끌 때에도, 스필이 끝을 암시할 때마다 고집으로 돌파하는 게 자기 방식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돌파할 벽이 없었다. 벽이 아니라 물이었다. 주먹을 휘두르면 아무 저항 없이 빠져나가고 그 자리에 아무것도 남지 않는. 자세히 보고 싶다고 햇살 아래에 가져다대면 그대로 증발해버리는.
Romeo
"...Wednesday."
(......수요일.)
(......수요일.)
한마디밖에 나오지 않았다. 목소리가 평소보다 한 톤 낮게 깔렸다. 잘 자라는 말도, 도착하면 연락하라는 잔소리도 붙지 않았다. 저녁 바람에 스필의 밀짚모자 챙이 흔들렸고 그 아래로 멍하게 풀린 금안이 여전히 그의 얼굴이 아닌 어딘가를 보고 있었다.
로미오는 주머니 속 조개껍데기를 한 번 꽉 움켜쥐었다가 놓았다. 그리고 돌아섰다.
석조 계단을 세 칸 내려간 뒤에야 발이 멈췄다. 돌아보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Romeo
"I told you that."
(그렇게 말했잖아.)
(그렇게 말했잖아.)
저녁 노을이 그의 여름 셔츠 등판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한 박자 뒤에 그는 다시 걸었다. 계단을 성큼성큼 내려가는 발소리가 돌벽 사이로 울리다가 꺾이는 모퉁이 너머에서 끊겼다.
주머니 안의 매끈한 조개 표면이 손바닥 열기를 빼앗아갔다. 중앙 순환선 정류장까지 남은 석조 계단 위로 로미오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있었다. 바람에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스필이 좋아한다던 소리. 자기가 좋아하는 소리가 아닌 것이 사소하게 짜증 났다.
솔트로우로 돌아가는 전차 안에서 그는 타이드풀을 열지 않았다. 도착 확인 문자를 보내라는 잔소리도 치지 않았다. 다만 바지 주머니 속 흰 조개를 엄지로 느리게 쓸었다. 수요일이면 로소의 정밀 각인기를 빌려 솔트로우 부두 앞의 진짜 파도 소리를 넣어줄 수 있을 터였다.
보고 싶다고 말하면 안 된다고 했으니 말하지 않을 거다.
대신 파도 소리를 넣어서 가져다줄 거다.
말 안 해도 되게.
대신 파도 소리를 넣어서 가져다줄 거다.
말 안 해도 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