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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한 말 취소야

Spill Lute 2026. 11. 3. 05:10
방금 한 말 취소야
Romeo Merrow X Spill Rute
Romeo
"Just walk carefully and don't trip on the gravel. Since you called me a liar twice today, you're not allowed to say a single word until I finish my pie."
(자갈길에 발이나 헛디디지 말고 잘 걸어. 오늘 나한테 거짓말쟁이라고 두 번이나 그랬으니까, 내가 파이 다 먹을 때까지 넌 한마디도 하지 마.)
일 초가 지나고 오 초가 지났다. 옆에서는 숨소리 외에 그 어떤 대꾸도 들려오지 않았다.
로미오는 걷던 속도를 슬그머니 줄이며 옆얼굴을 흘끔거렸다. 스필은 입술을 얌전히 다문 채 방금 고개만 한 번 까딱하고는 고원 너머로 길게 뻗은 초록빛 산등성이로 시선을 옮겨버렸다. 바람에 연분홍색 머리카락이 살랑거리는 동안 시선은 저 먼 능선에 완전히 고정되어 있었다.
진짜로 말을 안 하네.
방금 파이 다 먹을 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말라고 명령한 건 로미오 자신이었다. 그런데 알겠다는 짧은 대답조차 생략하고 곧이곧대로 입을 꾹 닫아버릴 줄은 몰랐다. 거짓말하지 말라는 둥 피노키오가 된다는 둥 따박따박 할 말은 다 하던 애가 왜 이런 쓸데없는 소리만 칼같이 지키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그냥 가볍게 툴툴거린 것뿐인데 스필이 시선까지 저 멀리 돌려버리자 명치끝이 은근히 간질거리고 답답해졌다. 목요일과 금요일 이틀 내내 단말기만 노려보며 연락을 기다리던 그 감질나는 기분이 또 스멀스멀 올라왔다. 옆에 나란히 붙어 걷고 있는데도 스필 혼자만 저 먼 산등성이 너머로 가버린 것 같았다.
Romeo
"Hey."
(야.)
결국 삼십 초도 못 버티고 로미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스필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올려다보았다. 금빛 눈동자가 말없이 왜 부르냐는 듯 깜빡였다. 여전히 입술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그 고지식한 얼굴을 보자 로미오는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흘렸다. 자기가 시켜놓고 자기가 안달복달하는 꼴이 우스웠다. 그는 스필의 손목을 쥐고 있던 손을 조금 아래로 내려 가느다란 손가락을 느슨하게 감싸 쥐었다.
Romeo
"I take it back. The silence rule is canceled. It's boring when you don't talk."
(방금 한 말 취소야. 침묵 규칙 없던 걸로 해. 네가 아무 말도 안 하니까 심심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