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C
더치페이
Spill Lute
2026. 10. 26. 00:22
감히 반띵
Romeo Merrow X Spill Rute
Romeo Merrow X Spill Rute
[OOC: 잠시 RP 중단. 새로운 에피소드. 평화로운 어느 저녁날 레스토랑에서 식사 중인 두 사람. 식사가 끝나고 자연스럽게 NPC가 식사 비용을 결제하려는 그 순간, PC가 당연하다는 듯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카드를 꺼내 들며 더치페이를 시도한다. NPC는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PC가 카드를 꺼내든 그 순간부터 카드를 식탁에 얹어놓는 그 과정까지 본 NPC의 생각과 반응을 NPC/PC 기존설정, 관계성, 성격, 성향, 말투, 서사, 캐릭터정보, 유저노트, 로어북 종합참고하여 1500자 이상 상세하고 코믹하게 형식으로 출력한다.]
포크와 나이프가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멎었다. 접시는 말끔히 비워져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식후에 나온 쌉싸름한 조수박하 차 두 잔이 얌전하게 김을 피워 올리고 있었다. 며칠간 이어진 고된 선발전 훈련 끝에 얻어낸 모처럼 평화로운 저녁 식사였다.
로미오는 만족스럽게 냅킨으로 입가를 닦아낸 뒤, 자연스럽게 재킷 안주머니로 손을 뻗었다. 머로 해상은행의 묵직한 검은색 법인 카드가 손끝에 걸렸다. 식사값을 내는 것은 그에게 숨 쉬는 것처럼 당연한 순서였다. 애초에 하프타이드에서 제일 예약하기 까다로운 자리를 잡은 것도 자신이었고, 스필이 좋아하는 덜 매운 해산물 스튜와 버터에 구운 감자를 잔뜩 시켜 테이블 가득 깔아준 것도 자신이었다. 당연히 이 테이블의 영수증은 제 몫이어야 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스필의 손이 코트 주머니 안으로 불쑥 들어갔다. 무표정하고 나른한 얼굴로 그녀가 꺼내 든 것은, 벨하벤 학생 전용 계좌와 연동된 아주 작고 얇은 루멘홀드 제휴 체크카드였다.
로미오의 손이 안주머니 안에서 딱딱하게 굳었다.
스필의 손가락이 아무런 망설임 없이 움직였다. 그녀는 마치 테이블 위의 물잔을 옆으로 치우듯 지극히 자연스럽고 평온한 동작으로, 그 체크카드를 테이블 정중앙에 '탁' 소리가 나게 얹어놓았다. 정확히 로미오와 자신의 영수증 플레이트 정가운데를 반으로 쪼개는 위치였다.
정적이 흘렀다.
레스토랑의 은은한 재즈 음악과 주변 테이블의 두런거리는 웃음소리가 일순간 아득하게 멀어졌다. 로미오는 테이블 위에 놓인 그 네모난 플라스틱 조각을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은 충격이었다.
저게 지금 뭐 하는 짓이지? 저 얇아빠진 플라스틱 쪼가리는 대체 뭐야? 설마 지금 나랑 반반씩 나눠 내겠다고 꺼낸 건가? 내 앞에서? 감히 머로 가문의 로미오 머로 코앞에서 더치페이를 시도한다고?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로미오는 스무 살 인생 처음으로 뼈저리게 실감했다. 머릿속에서 경보기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윈드워드 시절 비행 테스트에서 음속을 돌파하다가 기수가 뒤집혔을 때도 이토록 어이가 없지는 않았다.
그는 머로 가문의 셋째 아들이었다. 가문의 돈을 가장 화려하게 불태우기로 악명 높은 탕아이자, 제 영역 안에 들어온 사람에게 돈 한 푼 쓰게 하는 것을 지독한 굴욕으로 여기는 오만한 성격이었다. 게다가 상대는 스필이었다. 단 한 번도 무언가를 요구하지 않아 제 쪽에서 억지로 옷을 사 입히고, 초콜릿을 입에 쑤셔 넣고, 부두에서 비싼 음료를 쥐여주며 겨우겨우 제 흔적을 새겨 넣던 그 스필이었다.
그런 녀석이, 지금 제 눈앞에서 보란 듯이 반띵을 선언하고 있었다.
로미오의 짙은 눈썹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깊은 붉은색 눈동자에서 불꽃이 튀었다. 목덜미부터 귓바퀴까지 시뻘건 분노와 황당함이 차올랐다. 그는 안주머니에서 검은색 카드를 꺼내 식탁에 거칠게 내던지듯 내려놓았다. 쾅, 하는 묵직한 마찰음과 함께 찻잔이 가볍게 흔들렸다.
Romeo
"What the fuck is that?" (저게 씨발 뭐야?)
그의 목소리가 테이블 아래로 낮게 깔렸다. 이마에 핏대가 선명하게 돋아나 있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스필의 체크카드를 가리키며 기가 차다는 듯 헛숨을 들이켰다.
Romeo
"Pick that up right now before I snap it in half. Are you out of your mind? Who told you to pull out a card in front of me?"
(저거 당장 집어넣어, 반으로 쪼개버리기 전에. 너 제정신이야? 내 앞에서 누가 카드 꺼내래?)
(저거 당장 집어넣어, 반으로 쪼개버리기 전에. 너 제정신이야? 내 앞에서 누가 카드 꺼내래?)
그는 상체를 테이블 앞으로 훅 기울이며 스필을 무섭게 노려보았다. 송곳니가 아랫입술을 짓씹을 듯 드러났다. 저 태연자약한 얼굴을 볼 때마다 복장이 터질 것 같았다. 스필의 저 무심한 태도는 '네가 샀으니 나도 내 몫을 내는 게 합리적이다'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계산에서 나온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로미오의 속을 뒤집어놓았다.
상식? 합리? 그딴 건 루멘홀드 강의실에나 처박아두고 올 것이지, 왜 내 테이블 위에서 지랄이야! 내가 언제 너한테 합리적인 꼴을 바란 적이 있었어?
Romeo
"Did you hit your head on the tram window again? Why the hell are you trying to split the bill? Do I look like someone who can't even afford a bowl of stew?"
(너 전차 창문에 또 머리 박았냐? 왜 빌어먹을 더치페이를 하려고 지랄인데? 내가 스튜 한 그릇도 못 사서 쩔쩔매는 거지새끼로 보여?)
(너 전차 창문에 또 머리 박았냐? 왜 빌어먹을 더치페이를 하려고 지랄인데? 내가 스튜 한 그릇도 못 사서 쩔쩔매는 거지새끼로 보여?)
로미오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제 머리카락을 거칠게 쓸어 넘겼다. 얼굴이 터질 것처럼 붉어져 있었다. 만약 이루카나 로소가 이 꼴을 봤다면 분명 바닥을 구르며 일주일 내내 놀려댔을 터였다. '야, 머로 가문 도련님이 밥 한 끼 사주려다가 루멘홀드 유학생한테 반띵 당했대!'라는 소문이 돌기라도 한다면, 그는 콩코던스고 뭐고 솔트로우 바다에 뛰어드는 게 나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수치심보다 더 깊은 곳에서 로미오를 미치게 만드는 것은 따로 있었다. 스필이 그어버린 그 서늘한 선이었다. 네 것은 네 것, 내 것은 내 것. 공평하게 계산하고 깔끔하게 털어버리겠다는 저 지독하게 단정한 태도가, 로미오의 속을 사정없이 긁어놓았다. 자신이 밥을 사고, 시간을 사고, 억지로 빚을 지워서라도 다음 만남을 만들어내려 했던 그 모든 수작질을 저 얇은 플라스틱 한 장이 모조리 박살 내고 있었다.
로미오는 테이블 중앙에 놓인 스필의 카드를 낚아채듯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스필의 코트 주머니 안으로 그 카드를 거칠게 도로 쑤셔 넣었다.
Romeo
"Don't you dare touch the bill. If you take that out one more time, I'm buying this entire restaurant just to ban you from paying."
(너 계산서에 손끝 하나 대기만 해 봐. 그거 한 번만 더 꺼내면, 나 이 식당 통째로 사버려서 네 결제 영원히 밴 먹일 거니까.)
(너 계산서에 손끝 하나 대기만 해 봐. 그거 한 번만 더 꺼내면, 나 이 식당 통째로 사버려서 네 결제 영원히 밴 먹일 거니까.)
그는 이를 갈며 협박 아닌 협박을 쏟아냈다. 재벌가 망나니나 할 법한 유치찬란한 대사였지만, 지금의 로미오에게는 그 어떤 마법 주문보다 진심이었다. 그는 제 검은색 카드를 영수증 케이스 사이에 쾅 소리 나게 끼워 넣으며, 여전히 가라앉지 않은 붉은 눈으로 스필을 쏘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