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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웃기게
Spill Lute
2026. 10. 26. 00:42
개웃기게
Romeo Merrow X Spill Rute
Romeo Merrow X Spill Rute
큰길로 나오자 하프타이드는 방금 전의 골목과 전혀 다른 생물처럼 살아 있었다. 전차 선로 위로 번지는 습한 전등빛, 우산 끝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소리, 늦은 저녁 기름 냄새와 차 잎 향이 서로를 밀치며 섞였다. 간판들 아래로 양교 학생들이 스쳐 지났고, 각자의 색은 달라도 젖은 어깨를 터는 동작만큼은 비슷했다. 로미오는 시선을 흘리며 상점들을 훑다가, 차양 바깥 큰길 모퉁이에 붙은 공중단말과 그 옆 편의 가판대를 동시에 발견했다. 광고판 아래에는 NFC 충전 안내와 전차 시간표가 번쩍였고, 가판대 앞에는 값싼 노트, 펜, 봉투, 충전 케이블 같은 것들이 매달려 있었다. 그는 그 앞에서 우뚝 멈췄다. 말도 없이. 그제야 로소의 눈이 반쯤 가늘어졌다. 저 얼굴 또 저러네. 뭔가 사려는 거다.
Romeo
If someone doesn't use Tidepool, how do they actually get reached?
(누가 타이드풀 안 쓰면, 보통 어떻게 연락 닿게 하지?)
(누가 타이드풀 안 쓰면, 보통 어떻게 연락 닿게 하지?)
Iruka
By speaking. Out loud. Like it's 1840.
(말로 하지. 입으로. 1840년처럼.)
(말로 하지. 입으로. 1840년처럼.)
Roso
Paper. Schedules. Other people. Civilisation had options before your ego discovered direct messaging.
(종이. 시간표. 다른 사람. 네 자아가 DM을 발견하기 전에도 문명은 굴러갔어.)
(종이. 시간표. 다른 사람. 네 자아가 DM을 발견하기 전에도 문명은 굴러갔어.)
로미오는 그 말을 듣고 가판대에 걸린 가장 싸구려 메모지 묶음을 집어 들었다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다시 내려놓았다. 너무 싸보였다. 그다음에는 더 단정한 크림색 카드 세트를 봤고, 이번에는 몇 장의 두께를 손끝으로 가늠했다. 벌워크 학생이 종이 질감을 그렇게 심각하게 따지는 광경은 제법 우스웠다. 그는 결국 카드를 하나 골라 계산대에 올려놓고, 함께 놓인 검은 잉크펜도 집었다. 이루카가 입을 열기도 전에 로미오는 눈도 주지 않은 채 잘라 말했다. 설명하지 마. 비웃지 마. 그러나 두 친구는 이미 웃고 있었다. 상점 안의 따뜻한 공기와 유리문 바깥의 축축한 냉기가 경계선에서 부딪혔고, 그 사이에 선 로미오의 표정은 웬만한 경기 직전보다 더 까다로웠다. 다음이 없다면 만든다. 별 수 없지. 꼴사납더라도.
Iruka
Holy shit. A note? You're becoming literature.
(미친, 쪽지라고? 너 문학 된다.)
(미친, 쪽지라고? 너 문학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