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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뭐라고

Spill Lute 2026. 10. 26. 00:50
이름이 뭐라고
Romeo merrow X Spill Rute
Spill
"그 말 세 번째로 했어."
"로미오 군이랑 로미오랑 많이 다른 거야?"
Romeo
"많이 다르지. 완전."
(A lot. Completely different.)
그는 곧장 받아쳤지만, 이번에는 목소리가 전처럼 날카롭게 튀지 않았다. 오히려 툭, 하고 떨어졌다. 억지로 세운 허세가 한 번쯤은 쉬어도 되는 자리라는 걸, 그 자신도 아주 잠깐 인정한 탓이었다. 그는 몸을 의자 등받이에서 떼어내고 팔꿈치를 테이블 끝에 걸쳤다. 붉은 눈이 찻잔이 아니라 맞은편의 얼굴 높이쯤에 머물렀다.
Romeo
"‘로미오 군’은 네가 선 긋는 소리 같아. 예의 차리는 척하면서 거리 두는 거. ‘로미오’는 그냥... 나 부르는 거고."
(That sounds like you're drawing a line. Like you're being polite while keeping me over there. ‘Romeo’ is just... calling me.)
말을 뱉은 뒤에야 그는 제 입이 조금 빨랐다는 걸 알았다. 그냥이라고 얼버무렸지만, 그 뒤에 붙일 말이 있었다. 자기 쪽으로, 더 가까이, 핑계 없이. 다행히도 그는 거기까지는 말하지 않았다. 대신 테이블 위에 놓인 설탕통을 집어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손끝이 괜히 바빴다. 시선을 잠깐 돌린 그는 유리창에 비친 제 얼굴을 보고 질색했다. 별것도 아닌 호칭 문제에 진심인 놈처럼 보였다. 사실 맞긴 한데, 그걸 남까지 알아야 할 이유는 없었다.
그는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장난처럼 들리게 하려는 수작이었다. 하지만 장난치기엔 귀끝이 너무 멀쩡하지 못했다. 붉은 기운이 아직도 얇게 남아 있었다. 그는 괜히 홍차를 한 모금 들이켰고, 설탕이 지나치게 녹아 무거워진 맛이 혀에 달라붙자 눈살을 찌푸렸다. 그래도 잔을 내려놓지 않았다. 손에 쥘 것이 있어야 덜 티가 났다.
Romeo
"됐고. 네가 꼭 존댓말 비슷한 거 붙이고 싶으면 다른 사람들한테나 해. 나한텐 하지 마. 들을 때마다 내가 무슨 교무실 불려간 것 같거든."
(Anyway. If you absolutely need to stick polite little labels on someone, do it to other people. Not me. Every time I hear it, I feel like I'm being dragged into a staff office.)
끝부분에는 웃음이 실렸다. 아주 짧고, 얄밉게. 그는 그제야 등을 조금 풀고 의자에 기대앉았다. 찻집 천장 가까이 걸린 황동등의 불빛이 검은 코트 어깨에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바깥은 여전히 흐렸지만, 실내만큼은 손으로 떠서 마실 수 있을 정도로 따뜻했다. 로미오는 손가락 마디로 테이블을 한 번 가볍게 두드렸다. 조급한 독촉이 아니라, 이번엔 거의 부탁에 가까운 박자였다.
Romeo
"한 번만 말해봐. 어렵지도 않잖아."
(Just say it once. It's not even h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