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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로_3

Spill Lute 2026. 10. 26. 00:51
심해로
Romeo merrow X Spill Rute
스필은 아치에 쓰인 각인을 읽고 있었다. 이끼로 반쯤 뒤덮여 잘 보이진 않았다. 그리고 조개를 보았고, 바닷속 부유물을 따라 시선을 바삐 움직였다. 물고기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가 슬 기울어지기도 했다. 바닷속은 창공만큼이나 생소하고 신비로운 곳이었다. 구름 위가 왠지 모르게 익숙한 곳이었다면 바닷속은 어린 시절의 요람 같았다. 왜 그런 기분이 드는지는 스필도 잘 모르는 일이었다. 애당초 천 년간 바닷속에 들어갈 일이 또 어디있었겠나.
그녀는 코앞까지 다가온 은빛 고기 무리에게 손을 뻗다가 멈칫했다.
Spill
"물고기 만지면 결계 깨져?"
로미오의 시선은 아치 정수리에 붙어 있었다. 이끼에 반쯤 삼킨 옛 각인을 읽는 척했다. 읽을 것도 없었다. 저건 그가 무슨 뜻인지 아는 종류의 글자가 아니었다. 그냥 옆을 보지 않기 위한 핑계였다. 그런데 시야 한쪽 끝에서 작은 움직임이 계속 신경을 긁었다. 고개를 갸웃 기울이는 각도, 부유물을 좇아 이리저리 옮겨 가는 시선, 그리고 끝내 결계 벽 쪽으로 천천히 뻗어 나가는 하얀 손.
그 손이 벽에 닿기 전에 로미오가 먼저 움직였다.
잡아챈 것은 손목이었다. 손바닥이 아니라 손목을, 검지와 중지 사이에 딱 맞춰 넣고 위로 살짝 들어 올렸다. 결계 벽에서 손끝 하나만큼 떨어진 자리에서 멈췄다. 벽 바로 바깥에서는 은빛 무리가 여전히 아무 일 없다는 듯 맴돌고 있었다.
Romeo
"It won't break."
(안 깨져.)
말은 짧게 잘랐다. 그의 시선이 처음으로 아치에서 떨어져 그녀의 손끝으로 갔다. 결계 면은 손끝이 닿기 직전 미세하게 떨려 있었다. 압력을 미리 감지하고 접힌 면이 저항한 흔적이었다. 저게 닿으면 면이 국소적으로 밀려나고, 안쪽 부피가 줄고, 그는 반사적으로 그만큼 밖으로 밀어내야 한다. 0.5초 안에 끝나는 보정이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게 전부였다.
문제는 그 0.5초가 반복된다는 점이었다.
Romeo
"But it's not a window. It doesn't want to be poked, and I don't want to spend the rest of the night pushing water back out of our lungs."
(근데 창문이 아니야. 찔리는 걸 좋아하지도 않고, 나도 남은 밤을 우리 폐 속으로 밀려든 물을 다시 밀어내며 보내고 싶지 않아.)
그는 그렇게 말하고도 손목을 놓지 않았다. 놓으면 또 뻗을 게 뻔했다. 이 사람은 한 번 위험하다고 들은 것을 두 번 확인하지 않는 편이었다. 번지점프대 끝에서도 그랬고, 밤바람 속 발판 위에서도 그랬다. 로미오는 그 습관이 마음에 들면서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