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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휘제와 부두제_목걸이를 걸어줘

Spill Lute 2026. 10. 27. 02:41
광휘제와 부두제_목걸이
Romeo merrow X Spill Rute
로미오는 자기 몫의 와플은 한 손에 대충 쥔 채, 다른 손을 여전히 바지 주머니 속에 찔러 넣고 있었다.
언제 주지. 그냥 지금 주나. 아까 네가 삼 초 동안 쳐다봐서 샀다고 하면 또 그 멍한 눈을 깜빡이면서 이상한 소리를 할 텐데. 그렇다고 주머니에 넣은 채로 벨하벤까지 돌려보낼 수는 없다. 내일이면 대부분의 것들을 잊어버리는 녀석인데. 이것에 시선을 주었다는 것도 금방 잊을 텐데.
로미오는 괜히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걸음을 멈췄다. 그리곤 주머니에서 은색 체인 끝에 대롱거리는 새빨간 구체 목걸이를 거칠게 꺼내 스필의 눈앞에 불쑥 내밀었다.
Romeo
"...Here. That stall guy didn't have my caliper, so he gave me this junk instead of paying me back. Red doesn't suit me anyway. You take it."
(...자. 아까 그 가판대 놈이 내 캘리퍼스 잃어버렸다고 돈 대신 이 잡동사니로 퉁치자고 하더라. 어차피 나한테는 빨간색 안 어울려. 네가 가져.)
세상에서 제일 한심한 두 번째 거짓말이었다. 제 눈동자와 똑같은 색깔의 광물을 들고 빨간색이 안 어울린다니. 로미오는 뒤늦게 자기 변명이 얼마나 바보 같은지 깨닫고는, 고개를 휙 돌려 크레인 기둥만 노려보았다. 귀 끝이 와플 철판보다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스필은 두 손으로 와플을 붙들고 한 입 먹으려다가, 제 눈앞에서 흔들리는 붉은 광물에 멀뚱하니 시선을 고정했다. 선물을 한 손으로 받는 건 예의가 아니고 그렇다고 두 손으로 받을 순 없었다. 와플을 들고 있으니까. 여러모로 곤란했다.
Spill
"......."
불쑥 내민 목걸이를 손으로 받아 드는 대신 스필이 또각또각 다섯 걸음을 걸어와 코앞에서 빙글 돌아섰다. 고개를 살짝 숙이자 어깨까지 내려오는 연분홍빛 머리카락이 양옆으로 갈라지며 가느다란 뒷목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 와중에 와플을 베어 무는 바삭한 소리가 바로 아래에서 올라왔다.
로미오의 숨이 턱 끝에서 그대로 멎었다. 지금 나보고 직접 걸어달라는 건가. 씨발, 진짜 사람 미치게 하는 재주가 있다. 로미오는 어색하게 자기 몫의 와플 유산지를 입에 물고는, 양손으로 은색 체인의 아주 작은 고리를 풀었다.
수면 위로 붉은 결계 발판을 백 개쯤 연속으로 찍어내는 것보다 이 손톱만 한 잠금장치를 여는 게 열 배는 더 힘들었다. 헛손질을 열 번쯤 했다. 여자들은 이 콩알보다 못한 크기의 잠금장치를 자유자재로 여닫고 산단 말인가? 알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하여튼 로미오는 제 손가락 끝이 행여나 스필의 살갗에 닿을까 봐 숨까지 참은 채 조심스럽게 체인을 앞으로 넘겼다.
연분홍색 머리카락 몇 올이 손등에 스치며 간지러운 감촉을 남겼다. 로미오는 침을 꿀꺽 삼키며 뒷목에서 잠금 고리를 맞물려 채웠다. 그러고는 행여나 머리카락이 체인에 엉켰을까 봐 검지 끝으로 목덜미 주변의 머리카락을 아주 조심스럽게 빼내 정리해 주었다.
앞쪽으로 늘어진 은색 줄 끝에서 새빨간 구형 광물이 스필의 쇄골 바로 아래, 진녹색 드레스 가슴팍 위에 또렷하게 자리 잡았다. 초록색 천 위에서 붉은빛이 아롱댔다.
로미오는 입에 물고 있던 와플을 다시 손으로 낚아채며 반 발짝 뒤로 물러섰다. 얼굴이 터질 것처럼 화끈거렸다.
Romeo
"...Done. Don't drop crumbs on the chain. It's annoying to clean."
(...됐어. 체인에 부스러기 흘리지 마. 닦기 귀찮으니까.)
스필은 등 돌린 그대로 서있었다. 살짝 아래를 바라봤다. 헐렁하게 늘어진 벌워크 재킷 깃 사이로 작고 붉은 광물이 반짝였다. 스필이 와플을 베어무는 바스락 소리가 났다.
Spill
"아까 이거... 눈에 띄어서 보고 있었어. 우연이네."
얜 내가 둘러댄 그 말도 안 되는 캘리퍼스 핑계를 진짜로 곧이곧대로 믿어버린 모양이었다.
네가 아까 그 가판대 앞에서 딱 삼 초 동안 쳐다봤으니까 내가 뒤돌아가서 산 거잖아. 이 둔해 빠진 녀석아. 차라리 비웃거나 다 알면서 모른 척하는 거면 덜 억울하겠는데 저 뒤통수는 정말로 순수하게 신기해하고 있었다.
Romeo
"...Yeah. Crazy coincidence. Guess that stall guy actually had decent eyes for once."
(...그래. 미친 우연이네. 그 가판대 놈이 웬일로 눈썰미가 좀 있었나 보지.)
로미오는 괜히 목덜미를 벅벅 긁으며 낮게 중얼거렸다. 솔직하게 네가 쳐다보길래 샀다고 자백할 용기는 죽어도 나지 않았다.
그나저나 왜 목걸이를 다 걸어줬는데도 아직 등 돌린 채로 서서 와플만 씹고 있는 건지. 뒤통수에다 대고 대화하니까 꼭 벌서는 기분이었다. 로미오는 빈 오른손을 뻗어 스필이 걸친 커다란 벌워크 재킷 어깨를 가볍게 잡고 자기 쪽으로 휙 돌려 세웠다.
Romeo
"Stop talking with your back to me and turn around. Let me see if it looks weird or not."
(등 돌리고 말하지 말고 이리 돌아봐. 이상한지 아닌지나 좀 보게.)
몸이 돌아서자 헐렁한 검은색과 주황색 재킷 깃 사이로 진녹색 드레스 천이 드러났다. 그 한가운데, 쇄골 바로 아래에 매달린 새빨간 구체가 그늘 속에서도 짙은 붉은빛을 또렷하게 머금고 있었다.
로미오는 시선이 그 붉은 알맹이에 꽂힌 채로 한 박자 늦게 자기 와플을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다. 입안 가득 퍼지는 설탕의 단맛 때문인지, 아니면 제 눈동자와 똑같은 색깔이 스필의 목에 걸려 있는 꼴 때문인지 미간이 슬쩍 찌푸려졌다.
Romeo
"...Not bad. Looks better on that green dress than sitting on a dirty stall cloth. Don't lose it."
(...나쁘지 않네. 더러운 가판대 천 위에 굴러다니는 것보단 그 초록색 드레스 위가 훨씬 낫다. 잃어버리지나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