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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휘제와 부두제_납작 해파리와 덜 만들어진 진흙 인형

Spill Lute 2026. 10. 27. 02:42
광휘제와 부두제_납작
Romeo merrow X Spill Rute
장막 너머의 두 번째 전시실은 첫 번째 방보다 조도가 한층 더 낮았고, 허공 곳곳에 둥둥 떠 있는 반투명한 결계 구슬들이 낮은 현악기 공명음 같은 진동을 머금고 있었다. 로미오는 그중 스필의 눈높이에 떠 있는 가장 커다란 청록색 결계 구슬 앞으로 그녀를 데려갔다.
Romeo
"Here. Put your palm against this one—don't cast anything, just touch the surface."
(여기. 이 위에 손바닥 대봐. 시전 같은 건 하지 말고 그냥 표면만 만져.)
스필의 작은 손바닥이 공중에 떠 있는 청록색 결계 구슬 표면에 가만히 닿았다.
접촉과 동시에 구슬 안쪽에서 겹겹이 짜인 각인 회로가 반응하며, 깊고 묵직한 첼로 현을 뜯는 듯한 저주파 진동이 구슬 표면을 타고 동심원 모양의 파문으로 번져 나갔다. 눈앞의 공기를 흔드는 시끄러운 소음이 아니라, 맞닿은 손바닥 피부를 통해 손목과 팔뚝의 뼈마디까지 나지막하게 울리는 물리적인 공명이었다.
로미오는 제 큰 손바닥을 구슬의 반대편 옆면에 턱 얹었다. 그가 손바닥으로 결계의 장력을 살짝 눌러 흡수하자, 스필 쪽으로 전해지던 진동이 한결 부드럽고 잔잔한 물결처럼 가라앉았다. 반투명한 청록색 구슬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의 손바닥이 비스듬히 마주 본 꼴이 되었다.
Romeo
"...See? It doesn't blast noise into the air, just sends the wave straight into your palm. Tell me if the frequency bugs you—I can dampen it more."
(...봤지? 공기 중으로 시끄럽게 소리를 쏘는 게 아니라, 파동을 손바닥으로만 바로 보내는 거야. 주파수 거슬리면 말해. 내가 더 눌러줄 테니까.)
구슬 안에서 일렁이는 옅은 청록빛이 스필의 금안과 그 맞은편에 선 로미오의 붉은 눈동자를 동시에 비췄다. 그는 괜히 구슬의 진동 세기를 조절하는 척 손가락에 힘을 주며 스필의 표정을 살폈다.
Spill
"로미오, 이거 통해서 보니까 엄청 흐릿하고 구겨진 것처럼 보여. 덜 만들어진 찰흙상 같아."
로미오는 붉어진 얼굴 그대로 미간을 확 구겼다. 감동이고 나발이고 이 녀석은 사람 기분을 구름 위까지 띄워놨다가 바닥에 메다꽂는 재주가 천부적이다.
Romeo
"Unfinished clay statue? Are you blind? That's the acoustic refraction bending the light, not my face! You look like a squished jellyfish from my side too, you know!"
(덜 만들어진 찰흙상? 너 눈 삐었냐? 그건 음향 굴절 때문에 빛이 휘어져서 그런 거지 내 얼굴 탓이 아니거든! 내 쪽에서 봐도 너 납작하게 눌린 해파리처럼 보여, 알기나 해!)
그는 발끈해서 구슬 옆면에 대고 있던 손바닥에 살짝 힘을 더 주었다. 결계 표면의 파문이 한 번 크게 출렁이면서 구슬 속에 비치던 두 사람의 일그러진 얼굴이 물결처럼 흩어졌다.
그래놓고도 막상 구슬 너머로 비치는 스필의 모습이 얄밉기는커녕 귀엽기만 해서, 로미오는 헛기침으로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삼키며 구슬에서 손을 뗐다. 대신 구슬 아래로 내려온 스필의 손목을 덥석 잡아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Romeo
"Look closely without the stupid orb in the way. Where the hell do you see clay? ...Come on, we saw enough in here. If we stay in this dark room any longer, your eyesight's only gonna get worse."
(이 바보 같은 구슬 치우고 똑바로 봐. 대체 어디가 찰흙이라는 거야? ...가자, 여긴 이만하면 다 봤어. 이 어두컴컴한 방에 더 있다간 네 시력만 더 나빠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