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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휘제와 부두제_쥐가 난 손
Spill Lute
2026. 10. 27. 02:42
광휘제와 부두제
Romeo merrow X Spill Rute
Romeo merrow X Spill Rute
높게 떠 있던 해가 서쪽 수평선 너머로 천천히 가라앉으며 솔트로우 항구의 하늘을 붉은 구릿빛과 보랏빛으로 물들였다. 수면 위 시범 경기장이 비워지고, 부두 가로등에 걸린 상시등들이 하나둘 주황색 불을 밝혔다.
거의 두 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로미오는 조각상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스필의 머리 무게가 실린 오른쪽 팔뚝은 일찌감치 감각이 무뎌져 저릿저릿한 쥐가 올라왔지만, 그는 행여나 팔 근육이 움찔거려 잠든 녀석이 깰까 봐 숨소리까지 죽였다. 새근거리는 규칙적인 숨결이 그의 반팔 소매 끝을 간지럽히고, 기울어진 햇살 속에서 스필의 목선에 걸린 붉은 구체 목걸이가 그의 눈동자처럼 은은하게 빛났다.
멀리 제1부두 쪽 바지선 무대에서 저녁 공연을 준비하는 밴드의 기타 조율 소리가 바람을 타고 흘러왔고, 해안가 노점들에서는 숯불에 고등어 굽는 고소한 냄새와 계피를 넣은 따뜻한 사과주 향기가 진하게 피어올랐다. 저녁 바닷바람이 제법 선선해지자 로미오는 그제야 스필의 머리맡에 세워두었던 얇은 차음 결계를 소리 없이 거두어들였다.
그는 왼손을 뻗어 스필의 뺨 위로 흘러내린 연분홍빛 머리카락 몇 가닥을 조심스럽게 귀 뒤로 넘겨주며, 평소보다 한결 낮아진 목소리로 불렀다.
Romeo
"...Hey. Spill, wake up. The sun's almost down."
(...야. 스필, 일어나. 해 거의 다 졌어.)
(...야. 스필, 일어나. 해 거의 다 졌어.)
오랜 시간 한 자세로 버틴 탓에 어깨 관절이 뻐근하게 결렸지만, 그는 스필이 스스로 고개를 들 때까지 팔을 빼지 않고 그대로 받쳐 둔 채 덧붙였다.
Romeo
"If you sleep any longer out here, you're gonna catch a cold from the sea breeze. Come on, the dockside stalls just started grilling fish."
(여기서 더 자면 바닷바람 때문에 감기 걸려. 일어나, 부두 노점들에서 방금 생선 굽기 시작했어.)
(여기서 더 자면 바닷바람 때문에 감기 걸려. 일어나, 부두 노점들에서 방금 생선 굽기 시작했어.)
로미오의 팔뚝 위에서 스필의 뒤통수가 사르르 굴렀다. 잠 덜 깬 목소리가 웅얼거리며 흩어지더니, 이내 반쯤 감긴 금빛 눈동자가 그를 똑바로 올려다보았다.
Spill
"...어두워졌어."
여전히 졸음에 잠긴 눈이었다.
어스름한 보랏빛 저녁 하늘과 부두 상시등의 주황빛이 그 나른한 눈매 위로 겹쳐 내려앉았다. 연분홍빛 머리카락 몇 가닥이 스필의 어깨를 타고 미끄러져 내리면서, 목덜미에 걸린 새빨간 구체 목걸이가 작은 등불처럼 반짝였다. 두 시간 동안 꼼짝 않고 버틴 보람이 차고 넘칠 만큼 무방비한 얼굴이었다.
심장이 또 주책맞게 쿵 내려앉았다. 로미오는 코앞에서 마주친 시선을 피해 고개를 슬쩍 돌리며 헛기침을 뱉었다.
Romeo
"Of course it's dark. You slept like a rock for almost two hours."
(당연히 어두워졌지. 네가 거의 두 시간 동안 돌멩이처럼 잤으니까.)
(당연히 어두워졌지. 네가 거의 두 시간 동안 돌멩이처럼 잤으니까.)
스필이 고개를 들면서 마침내 오른팔을 짓누르던 무게가 사라졌다. 그 순간 묶여 있던 혈류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듯 어깨부터 손끝까지 찌릿찌릿한 저림이 덮쳐왔다.
로미오는 인상을 찌푸리지 않으려고 어금니를 꽉 물었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오른팔을 슬그머니 내려 무릎 위에 얹고는, 테이블 밑에서 남몰래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감각을 깨웠다.
그는 저리지 않은 왼손을 뻗어 스필의 정수리 옆에 삐죽 솟아오른 머리카락을 손바닥으로 쓱쓱 눌러 정돈해 주었다. 손끝에 닿는 모발이 저녁 바닷바람을 머금어 차갑고 부드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