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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휘제와 부두제_목걸이의 진실

Spill Lute 2026. 10. 27. 02:42
광휘제와 부두제
Romeo merrow X Spill Rute
로미오가 고등어구이 노점 줄에 합류한 지 채 일 분도 지나지 않았다. 부스를 정리하고 저녁을 먹으러 나오던 익숙한 세 명의 그림자가 천막 구석에 얌전히 서 있는 스필을 발견하고 멈춰 섰다.
물에 빠졌다가 나와서 머리카락이 반쯤 마른 이루카가 제일 먼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옆에서 각설탕을 아작아작 씹던 로소와 안경을 고쳐 쓰는 오닉스의 시선이 동시에 스필의 몸을 감싼 거대한 벌워크 재킷과 그 아래로 드러난 진녹색 드레스 자락에 꽂혔다.
Iruka
"Hold on. Spill? You're still here? Wait, isn't today Lumenhold's big ball night?"
(잠깐만. 스필? 아직 여기 있었어? 아니, 오늘 루멘홀드 그 거창한 무도회 날 아니야?)
Roso
"Fascinating. She traded formal social dancing for grilled fish and Romeo's oversized laundry."
(흥미롭네. 정식 사교댄스를 구운 생선이랑 로미오의 특대 사이즈 세탁물과 맞바꿨어.)
Onyx
"Hello again, Spill. Wait... is that a red stone necklace? I don't think you were wearing that at our booth earlier."
(또 보네, 스필. 잠깐... 그거 붉은 원석 목걸이야? 아까 우리 부스에 왔을 땐 안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오닉스가 예리한 눈썰미로 스필의 목덜미에 걸린 새빨간 구체 펜던트를 짚어냈다. 이루카의 입이 떡 벌어지며 휘파람 소리가 새어 나오려던 찰나였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사과주 두 잔과 구운 고등어 접시를 양손에 든 로미오가 인파를 거칠게 가르며 성큼성큼 돌아왔다. 친구들이 스필 앞에 진을 치고 있는 꼴을 보자마자 그의 미간이 험악하게 구겨졌다.
Romeo
"Hey. Why the fuck are you three swarming her the second I turn my back? Go find your own food."
(야. 내가 등 돌리자마자 왜 너희 셋이 얘한테 들러붙어 있냐? 가서 너희 밥이나 찾아 먹어.)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로미오는 스필과 친구들 사이를 몸으로 비집고 들어가 스필의 손에 따뜻한 사과주 컵 하나를 쥐여주었다. 그러고는 오닉스가 목걸이를 빤히 쳐다보는 시선을 차단하듯 스필의 어깨 앞에 바짝 붙어 섰다.
Iruka
"Relax, man! We were literally just walking by! Though I gotta ask, where'd the shiny red necklace come from?"
(진정해, 임마! 우린 진짜 그냥 지나가던 길이었어! 그나저나 저 반짝거리는 빨간 목걸이는 어디서 난 건지 물어봐도 되냐?)
로미오의 귓바퀴가 순식간에 상시등 불빛보다 더 붉게 달아올랐다. 내가 돈 대신 받은 거라고 쳤던 엉성한 거짓말이 이 새끼들 입방아에 오르면 당장 들통난다.
Romeo
"None of your damn business! Spill, don't answer them. Drink your cider before it gets cold."
(네가 알 바 아니야! 스필, 대답해 주지 마. 식기 전에 사과주나 마셔.)
손에 사과주를 쥔 스필이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Spill
"어떤... 선배한테 빌려준 물건, 캘리퍼스? 선배가 잃어버렸대. 그래서 돈 대신 받은 거라고 했어. 목걸이."
정적이 내려앉았다. 근처 노점에서 철판을 긁는 소리만이 유난히 크게 귓가를 때렸다.
로미오는 눈을 질끈 감았다. 아까는 저 말도 안 되는 핑계를 곧이곧대로 믿어준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이 순간만큼은 차라리 스필이 의심 많고 눈치 빠른 성격이었기를 간절히 바랐다.
이루카와 로소, 오닉스의 시선이 일제히 로미오의 시뻘게진 얼굴로 꽂혔다.
Roso
"A caliper. Someone lost a precision measuring tool and compensated him with a ladies' red gemstone pendant."
(캘리퍼스라. 누군가 정밀 측정 도구를 잃어버리고 그 변상으로 여성용 붉은 원석 펜던트를 줬다는 거군.)
Onyx
"And Romeo doesn't even own a personal caliper. He always borrows mine and forgets to return it."
(심지어 로미오는 개인용 캘리퍼스를 가지고 있지도 않아. 맨날 내 거 빌려 가서는 돌려주는 것도 까먹는데.)
Iruka
"Pfft—hahaha! Oh, that is tragic! 'Instead of money'! Bro, did you seriously use the oldest excuse in the book?!"
(풉, 하하하! 아, 진짜 눈물겹다! '돈 대신 받은 거'! 야, 너 진짜로 고전 중의 고전인 그 핑계를 댄 거냐?!)
이루카가 배를 잡고 허리를 꺾으며 부두가 떠나가라 폭소를 터뜨렸다. 로미오의 목덜미부터 뺨까지 시뻘건 열기가 폭발하듯 치솟았다. 수치심에 이가 갈렸다.
Romeo
"Shut your fucking mouths! All three of you, get lost right now before I throw you off the pier!"
(아가리 안 닥쳐?! 셋 다 당장 꺼져, 부두 밖으로 집어 던져버리기 전에!)
로미오가 사과주와 생선 접시를 든 채로 발을 쾅 구르자, 이루카가 눈물을 찔끔 닦으며 뒷걸음질 쳤다. 로소와 오닉스도 더 이상 머무르면 진짜로 맞을 것을 아는지 슬슬 몸을 돌렸다.
Iruka
"Alright, alright, we're going! Enjoy your 'caliper', Spill! See ya!"
(알았어, 알았어, 간다 가! '캘리퍼스' 예쁘게 하고 다녀, 스필! 갈게!)
친구들이 낄낄거리며 인파 속으로 사라지자, 로미오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스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차마 그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어 시선을 바닥에 내리꽂은 채, 들고 있던 구운 고등어 접시를 불쑥 내밀었다.
Romeo
"...Don't listen to those idiots. They're just spouting nonsense because they're jealous. Here, eat while it's hot."
(...저 머저리들 말 듣지 마. 그냥 배 아파서 헛소리 지껄이는 거니까. 자, 뜨거울 때 먹기나 해.)
Spill
"이 광물 이름은... 캘리퍼스가 아닌데. ...다들 엄청 웃네."
로미오는 자기 손에 든 종이컵이 찌그러질 만큼 세게 쥐었다. 이 바보가 진짜로 광물 이름이 캘리퍼스인 줄 알 리는 없고, 이루카 새끼가 던진 농담까지 진지하게 곱씹고 앉았다.
변명거리는 이미 바닥났다. 오닉스가 캘리퍼스조차 없다고 쐐기를 박아버린 마당에 여기서 더 우기면 진짜로 멍청이 취급을 받을 판이었다.
그는 뜨거운 사과주를 한 모금 들이켜며 시선을 먼 바다 쪽으로 돌렸다. 붉게 달아오른 뺨이 저녁 바닷바람에도 도무지 식지 않았다.
Romeo
"...Obviously the mineral isn't called a caliper, dummy. A caliper is a tool."
(...당연히 광물 이름이 캘리퍼스는 아니지, 바보야. 캘리퍼스는 측정 도구고.)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평소보다 한 톤 낮게 기어들어 갔다. 로미오는 신발 끝으로 애꿎은 바닥 돌멩이를 툭 차며 결국 백기를 들었다.
Romeo
"Fine. Nobody owed me money. You stared at it for three whole seconds back at the market, so I just went back and bought it. Happy now?"
(그래, 알았어. 아무도 나한테 돈 안 빚졌어. 아까 시장에서 네가 그거 삼 초 동안 빤히 쳐다보길래, 내가 그냥 다시 가서 샀다. 이제 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