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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휘제와 부두제_용혈석

Spill Lute 2026. 10. 27. 02:43
광휘제와 부두제
Romeo merrow X Spill Rute
Spill
"그렇네. 아마 그렇게 말했을 것 같아."
스필이 순순히 인정하며 고등어를 오물거리자 로미오의 어깨에서 빳빳한 날을 세우던 긴장이 빠졌다. 볼이 볼록해진 채 생선을 씹는 얼굴을 보니 아까 줄을 서서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Spill
"로미오는 이 광물, ...뭔지 알고 사온 거야?"
이어진 질문에 로미오의 시선이 스필의 쇄골 위에서 붉게 반짝이는 구체 펜던트로 내려앉았다. 상시등의 주황빛 아래에서도 탁해지지 않고 유독 깊고 선명한 붉은빛을 머금은 돌이었다.
그게 무슨 광물인지 내가 어떻게 알아. 난 보석 감정사가 아니라 벌워크 학부생인데.
Romeo
"How should I know? The old guy at the stall just mumbled something about finding it in an old maritime salvage box. Probably some polished garnet or dyed quartz."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좌판 아저씨도 그냥 옛날 해양 인양 상자에서 나온 거라고만 중얼거리던데. 대충 깎아 만든 가넷이거나 색 입힌 석영 같은 거겠지.)
그에게 광물의 학명이나 시장 가치 따위는 처음부터 중요하지 않았다. 스필이 걸음을 멈추고 쳐다봤다는 사실과 그 붉은색이 자신의 눈동자 색과 소름 끼치도록 닮았다는 것. 지갑을 열기엔 그 두 가지 이유로 충분했다.
로미오는 빈손으로 자기 눈가를 툭 가리키며 뻔뻔하게 덧붙였다.
Romeo
"Who cares what it's called? It's the exact same color as my eyes, and it looks good against that green dress. That's all that matters."
(이름이 뭐든 무슨 상관이야? 내 눈 색깔이랑 똑같고, 네가 입은 그 초록색 드레스 위에 있으니까 보기 좋잖아. 그럼 된 거지.)
"Why did you stare at it anyway?"
(그럼 넌 그걸 왜 쳐다본 건데?)
스필은 잠시 포크를 접시 위에 올려두고, 제 쇄골 아래에 얹힌 광물을 만지작거렸다.
Spill
"용혈석이야. 손톱만한 크기 이상으론 잘 발견되지 않아. 특별한 효과도 있고... 이런 학교 축제에서 팔릴게 아닌데, 운이 좋았어."
"좋아하는 거라서. 그래서 갖고 싶었어. 로미오, 고마워."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로미오는 구가문 저택의 진열장과 경매 목록과 어머니의 보석함을 지겹도록 보며 자랐지만, 그 이름은 귀에 익지 않았다. 씨발. 내가 대체 뭘 산 거야. 붉은 광물은 노점의 싼 체인과 어울리지 않게 깊은 빛을 품고 있었다. 주황색 상시등 아래에서도 색이 죽지 않고, 오히려 안쪽에서 묵은 불씨처럼 느리게 고였다. 예쁜 돌인 줄 알고 덥석 샀는데, 학교 축제 좌판에 있을 물건이 아니라고? 운이 좋았다는 말이 칭찬인지 사고 보고서를 여는 첫 문장인지 구분이 안 됐다.
Romeo
"...Dragonblood stone?"
(...용혈석?)
그가 낮게 되물었다. 발음해놓고도 입 안에 남는 이름이 이상했다. 오래된 동화책과 선박 보험 서류가 같은 책상 위에 놓인 것 같은 이름이었다.
Romeo
"That's not a normal dock-market trinket, then. Great. I bought you a potentially weird ancient rock from a man selling cracked compasses and fried squid."
(그럼 평범한 부두 시장 장신구가 아니라는 거네. 끝내준다. 금 간 나침반이랑 오징어튀김 팔던 아저씨한테서 수상한 고대 돌을 사다 준 셈이잖아.)
말은 그렇게 해도 그의 입꼬리는 반쯤 올라가다 말았다. 갖고 싶었어. 고마워. 세 문장이 차례로 박히자 로미오의 목덜미가 다시 붉어졌다. 아까 친구들에게 들통났을 때의 망신과는 달랐다. 이번에는 피할 구멍이 없었다.
괜히 아무렇지 않은 척 접시 쪽으로 시선을 내리던 로미오는, 결국 참지 못하고 스필의 목걸이를 다시 보았다. 자신과 같은 붉은색이라고 생각해서 골랐던 돌이, 사실은 스필이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이름을 가진 물건이었다는 점이 이상하게 마음에 들었다. 돌이 먼저 그 자리에서 스필을 기다린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헛소리다. 그런데 오늘 하루는 원래 헛소리가 자꾸 맞아떨어지는 날이었다.
Romeo
"If it's that rare, don't take it off in crowded places. And if it has some 'special effect', you tell me before it starts bleeding light or summoning fish or whatever."
(그렇게 귀한 거면 사람 많은 데서 함부로 풀지 마. 그리고 무슨 ‘특별한 효과’가 있으면, 빛을 흘리거나 물고기를 불러내거나 뭐 그런 짓 하기 전에 나한테 말해.)
물고기라는 단어가 입 밖으로 나오자 그는 아주 잠깐 멈칫했다. 개시제 밤의 금빛 어군, 수몰 부두 아치 앞에서 스필 주변을 맴돌던 물고기 떼가 젖은 필름처럼 스쳤다. 로미오는 그 기억을 씹어 삼키듯 입을 다물었다가, 일부러 더 건방진 표정을 지었다.
Romeo
"Also, now you definitely can't lose it. I don't care if it's dragon-whatever or a lucky pebble. I bought it."
(그리고 이제 진짜 잃어버리면 안 돼. 용 뭐시기든 행운의 조약돌이든 상관없어. 내가 샀으니까.)
Spill
"물고기?"
"그런 효과는 없어. 그냥... ...아무것도 아니야."
로미오의 붉은 눈이 가늘어졌다. 그냥... 하고 말을 꺼내다 도로 삼켜버리는 저 버릇이 또 나왔다.
Romeo
"Forget the fish thing. I was just talking out of my ass."
(물고기 얘기는 잊어버려. 그냥 아무 말이나 던진 거니까.)
그는 스필의 손을 다시 덥석 잡았다. 부두 끝자락의 조용한 방파제 산책로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사람이 없는 쪽이다. 바다 쪽 난간에는 오래된 소금 결정이 하얗게 말라붙어 있었고, 그 사이사이 작은 보수 각인이 희미하게 빛났다. 미끄럼 주의를 알리는 얕은 표시라, 축제 불빛이 닿지 않는 곳에서는 작은 벌레의 눈처럼 점점이 보였다.
밤바다가 검었다. 수면은 멀리 있는 무대 조명을 아주 가늘게 찢어 삼켰고, 파도는 방파제 아래의 돌틈을 때릴 때마다 낮은 숨소리처럼 젖은 울림을 냈다. 로미오는 그 소리를 들으며, 방금 전 스필이 삼킨 말에 대해 생각했다.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지. 네가 그렇게 끊는 말은 늘 뭐가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