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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7월에서_2

Spill Lute 2026. 10. 27. 02:45
그 7월에서
Romeo merrow X Spill Rute
로미오는 삼십 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정문 앞 난간에 팔을 걸치고 서서 동부선 방향의 길을 몇 번이고 내려다보았다. 오후의 열기는 아직 돌담에 눌어붙어 있었다. 담장 너머로는 방학을 맞아 짐을 끌고 나오는 학생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오늘 그는 교복을 입지 않았다. 소매를 두 번쯤 걷어붙인 짙은 남색 셔츠에 얇은 회색 겉옷, 그리고 어깨에는 작은 더플백 하나. 머리카락은 평소처럼 흐트러져 있었지만 어제 저녁 내내 거울 앞에서 골랐다는 사실은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으면 했다.
여섯 시가 되기 삼 분 전, 담장 안쪽에서 익숙한 연분홍색이 보였다.
Spill
"좋은 저녁, 로미오."
로미오는 난간에서 몸을 떼며 자세를 세웠다. 스필은 짐 가방을 한 손에 들고 있었다. 다른 손에는 얇은 책 한 권. 그리고 베이지색 린넨 민소매 원피스. 갈색 샌들. 가방 손잡이 끄트머리에 작은 밀짚 모자가 걸쳐있었다. 지난번에 보낸 옷중에서 골라 입은 듯했다. 괜시리 뿌듯했다.
잘 골랐네. 잘 골랐다는 말은 안 할 거지만.
Romeo
"Three minutes early. You're ruining my whole schedule."
(삼 분이나 일찍 나왔네. 내 계획 다 망쳐놨잖아.)
퉁명스러운 말과 달리 그는 이미 스필의 손에서 가방을 받아 들고 있었다. 무게가 가벼워서 어깨가 살짝 들렸다. 그는 그 자리에서 지퍼를 열었다. 안을 뒤지던 손이 멈췄다.
Romeo
"Let me guess. This one."
(맞혀볼까. 이거지.)
Spill
"응."
꺼내 든 책은 정말로 얇았다. 표지가 낡았고 모서리가 접혀 있었다. 로미오는 그걸 두 손가락으로 집어 들어 이마 높이까지 올린 뒤 아주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Romeo
"One. You actually followed the rule. I'm impressed and a little worried."
(한 권. 진짜로 규칙 지켰네. 감동인데 한편으론 좀 걱정된다.)
그는 책을 다시 가방에 넣어 주었다. 지퍼를 끝까지 닫고 나서 스필의 손목 쪽에 시선을 잠깐 내렸다가 다시 앞으로 돌렸다.
Romeo
"Walk. If we miss the six-twenty, the next one on the Eastern Line is at seven and it'll be packed with weekend tourists."
(걸어. 여섯 시 이십 분 차 놓치면 동부선 다음 건 일곱 시야. 주말 관광객으로 꽉 찰 거고.)
전차는 한 시간 조금 넘게 달렸다. 창밖의 지붕들이 낮아지고 담장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야자수 비슷한 것이 우산처럼 늘어선 길이 나타났다. 틸베이역에 도착했을 때 시계는 일곱 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문이 열리자 다른 공기가 들어왔다. 루멘홀드의 축축한 흙 냄새도 솔트로우의 비린 바람도 아니었다. 소금기가 옅고 어딘가 따뜻한, 화분의 물기와 매끈한 돌바닥의 열기를 섞은 공기였다. 승강장 조명 아래로 해가 막 진 하늘이 자줏빛으로 남아 있었다.
로미오는 더플백과 스필의 가방을 한 손에 몰아 들고 다른 손으로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Romeo
"Stay close. The road down to the coast is all stairs and one-way alleys."
(붙어 있어. 해안으로 내려가는 길이 전부 계단이고 일방통행 골목이야.)
Spill
"소금 냄새 나. 솔트로우 항구랑은 다른 종류로."
역 앞 계단을 내려서자 아래쪽으로 만이 펼쳐졌다. 경사진 골목마다 호텔의 간판과 식당의 등이 층층이 켜져 있고 그 불빛이 잔잔한 물 위로 길게 늘어져 흔들렸다. 멀지 않은 곳에서 파도가 낮게 부서지는 소리가 계단의 돌 틈을 타고 올라왔다.
리조트 별채는 해안가에서 가장 끝, 담장이 길게 이어진 사유 구역 안에 있었다. 로미오는 입구에서 관리인을 만나 열쇠를 받았다. 관리인은 그를 한 번 훑고는 이름을 확인한 뒤 아무 말 없이 물러났다.
Romeo
"They keep the east annex empty in summer."
(여름엔 동쪽 별채를 비워 둬.)
그는 문을 열었다. 안쪽에서 서늘한 공기가 흘러나왔다. 유리벽 너머로는 아직 빛이 남은 바다가 펼쳐져 있었고 방 안에는 발소리를 삼키는 두꺼운 융단이 깔려 있었다. 로미오는 가방을 문가에 내려놓고 벽의 등 스위치를 더듬었다. 불이 켜지자 창가의 소파와 낮은 테이블, 그리고 방 건너편으로 이어지는 복도가 드러났다.
그는 문틀에 어깨를 기대고 서서 스필을 돌아보았다.
Romeo
"Your room's the second door on the left. Mine's the last one at the end."
(네 방은 왼쪽 두 번째 문. 내 방은 복도 끝 마지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