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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 로미오 머로
Spill Lute
2026. 10. 27. 02:47
장한 로미오 머로
Romeo merrow X Spill Rute
Romeo merrow X Spill Rute
로미오는 그제야 안심하고 맞은편에 있는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별채의 다른 방들처럼 이 방도 넓고 깔끔했지만 혼자 쓰기에는 어딘가 휑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회색 겉옷을 의자 등받이에 걸어두고 안주머니에서 하얀 토끼 인형을 꺼내 협탁 위에 올려놓았다. 오늘 밤에 해변에서 광 마법과 동 마법을 조금 썼고 수건을 데우느라 열 마법도 썼지만 소모 증상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로미오는 젖은 남색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대충 털어내며 창가로 걸어갔다. 스필의 머리를 말려줄 때는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상할까 봐 온 신경을 곤두세웠으면서 정작 자기 머리는 물기가 뚝뚝 떨어지든 말든 거칠게 구겨 닦고 끝이었다.
유리창 너머로 틸베이의 어두운 밤바다와 멀리 등대 불빛이 보였다. 아까 해변 백사장에서 스필이 푸른 조개껍데기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진주도 조갯살도 다 떠나고 껍데기만 남은 건 외로울 리 없다고 하던 그 담담한 목소리. 바보 같은 소리.
로미오는 창틀에 팔을 짚은 채 미간을 좁혔다. 스필은 가끔씩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오래된 돌멩이나 빈 껍데기라도 되는 것처럼 말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방금 전 문틈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잘 자라고 인사하던 얼굴은 누가 봐도 따뜻하고 살아 있는 스무 살짜리 여자애였다. 단맛이 나는 차를 홀짝이고 입가에 과자 부스러기를 묻히던 그 모습이 진짜였다.
내일은 그런 쓸데없는 생각 따위 아예 할 틈도 안 줄 거다.
그는 침대 시트 속으로 들어가 누우며 협탁 위에 놓인 단말기 알람을 아침 여덟 시로 맞췄다. 내일은 날씨가 맑다고 했으니 아침 일찍 해변 산책로를 걷고 점심에는 항구 쪽에서 제일 유명한 크루즈 전망대에 데려갈 생각이었다. 복도 건너편 방에서 스필이 고른 숨을 내쉬며 잠들어 있을 거라고 생각하자 낯선 별채의 침대인데도 기분 좋게 눈이 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