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항구
Romeo merrow X Spill Rute
밤의 솔트로우 항구는 낮보다 더 솔직했다. 크레인의 팔은 검은 하늘에 접힌 채 멈춰 있었고, 바닷물은 부두의 콘크리트 옆구리를 끈질기게 핥았다. 짠내에 젖은 바람이 창고 벽을 훑고 지나갈 때마다 녹슨 사슬과 계류 고리가 가볍게 울었다. 멀리 항만선 선로 쪽에서는 전차가 감속하는 금속성 마찰음이 한 번 길게 끌리더니, 곧 부두의 어둠 속으로 삼켜졌다.
로미오는 약속 시간보다 한참 일찍 도착해 있었다. 검은 방수 재킷 위로 벌워크용 보조 하네스를 걸쳤고, 손에는 길쭉한 장비 가방을 들고 있었다. 가방 안에는 복합 결계 모듈, 예비용 카린 패치, 수건 두 장, 당연히 필요 없을 리 없는 초콜릿까지 들어 있었다. 지나치게 준비된 꼴이었다. 누가 보면 잠수 한 번이 아니라 구조 훈련을 나가는 줄 알 판이었다. 씨발, 어차피 제가 보여주겠다고 큰소리친 거였다. 허세를 부렸으면 장비라도 완벽해야 했다.
그는 부두 끝 난간에 가방을 올려두고 지퍼를 다시 열었다 닫았다 했다. 결계 고정부의 잠금 나사는 멀쩡했다. 수압 완충용 각인판도 이상 없었다. 세 번째 확인쯤 되었을 때, 스스로도 한심해진 얼굴로 혀를 찼다. 차가운 공기 탓인지, 아니면 가만히 서 있기에는 심장이 지나치게 바쁜 탓인지 손끝이 약간 시렸다.
Romeo
"끈 하나라도 미끄러지면 내가 먼저 빠져 죽는 게 낫지."
혼잣말은 바람에 흩어졌다. 가까이에 듣는 사람은 없었다. 항구 야간 근무자 둘이 멀찍이 지나가며 그를 한 번 힐끗 봤다가, 장비와 학생 재킷 소맷단을 확인하고는 신경 끄는 쪽을 택했을 뿐이었다. 솔트로우에서는 누군가가 밤바다 앞에서 위험한 계획을 세우는 광경이 드물지 않았다. 다만 저 정도로 긴장한 얼굴은 조금 덜 흔했다.
로미오는 단말기를 꺼내 시간을 봤다. 20시 47분. 아직 넉넉했다. 그런데도 그는 기다리는 자세를 취하지 못하고 부두를 두 번 왕복했다. 검은 부츠 밑창이 젖은 시멘트 바닥을 짧게 울렸다. 수몰 구역 쪽 바다는 낮보다 더 검었다. 표면은 얌전해 보여도 그 아래에는 오래전에 가라앉은 돌계단과 끊어진 결계 기둥, 해초에 엉긴 난간 조각이 층층이 잠들어 있었다. 사람들은 그곳을 낭만적으로 부르지 않았다. 그냥 귀찮고, 위험하고, 허가를 까다롭게 받아야 하는 구역이었다. 그래서 더 보여줄 만했다.
그는 재킷 안주머니에서 작은 방수 케이스를 꺼냈다. 안에는 손목에 차는 보조식 결계 표식 두 개가 들어 있었다. 하나는 자기 것, 하나는 스필의 것. 반투명한 판 위로 새겨 넣은 각인은 아주 얇고 정교했다. 응급 시 부력 우선. 외부 압력 급변 시 귀 압력 완화. 사용자 체온 하락 시 표면 열 이동 개시. 말하자면 아주 사소하고, 그래서 반드시 필요한 것들뿐이었다. 로미오는 그것을 손끝으로 한 번 쓸어보고 다시 닫았다.
이번에는 공연한 허세가 아니었다.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여전했지만, 이번에는 들뜨는 만큼 조심스러웠다. 큰소리로 세상을 흔드는 재주는 익숙했다. 그런데 누군가 한 사람을 무사히 데려갔다가 무사히 돌려보내는 일은, 그보다 훨씬 더 신경을 갉아먹었다. 벌워크가 사람 성질 버려놓는 데는 아주 재주가 좋았다.
멀리서 발걸음 소리와 함께, 환승역 쪽 조명이 부두 입구의 젖은 바닥에 길게 번졌다. 로미오는 거의 즉시 고개를 들었다. 곧장 달려가지는 않았다. 대신 난간에 기대고 있던 몸을 떼어내며 괜히 느긋한 척 자세를 고쳐 섰다. 손은 이미 장비 가방 손잡이를 다시 단단히 쥔 뒤였다.
Romeo
"일찍 오면 좋겠다고는 했지. 기적처럼 제시간까지 해내면 더 좋고."
목소리는 바람을 가르며 부두 입구 쪽으로 날아갔다. 낮게 깔린 말투였지만, 끝에 붙은 숨이 아주 미세하게 빨랐다. 항구의 불빛이 검은 물 위에서 잘게 흔들렸다. 오늘 밤 바다는 차갑고, 깊고, 로미오가 준비한 만큼만 친절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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