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비행_2
Romeo Merrow X Spill Rute
Romeo Merrow X Spill Rute
Spill
"Merrow."
(머로 군.)
(머로 군.)
땅에 두 발을 딛게 된 스필이 나직한 목소리를 냈다. 다시 한 번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고 이제는 닿지 못 할 거리였다.
Spill
"I flew through the sky. I really did."
(하늘, 날았어. 정말로.)
(하늘, 날았어. 정말로.)
그리고 뒤돌아 이렇게 말했다.
Spill
"So... thank you."
(응, 그러니까... 고마워.)
(응, 그러니까... 고마워.)
로미오는 멈추었다.
숨을 고르던 동작도, 장갑을 벗으려던 손도, 태연한 표정을 꾸미려던 입꼬리도 전부 멈추었다. 스필의 손이 다시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방금까지 자신의 결계 발판이 있던 자리, 자신의 추진이 바람을 갈랐던 궤도, 두 사람이 함께 밟았던 허공. 그 손끝이 아무것도 닿지 못하는 어둠 속에서 천천히 내려왔다.
머로 군. 그녀는 아직 그렇게 불렀다. 하프타이드의 국숫집에서도, 번지점프대 위에서도, 쪽지를 받았다는 첫 메시지에서도 머로 군이었다. 그 존칭이 담장 너머 남의 학교에서 소리치는 자기 이름보다 훨씬 먼 거리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하늘, 날았어. 정말로.
로미오의 턱이 굳었다. 번지점프 뒤에도 비슷한 말을 들었다. 하늘을 나는 것 같아 좋았다고. 그때는 번지점프가 비행의 대용품 취급을 받은 것 같아서 자존심이 상했다. 다음에는 진짜를 보여주겠다고 속으로 씹었다. 그래서 진짜를 보여주었다. 1급 야간 비행. 케언웨더 상공의 은하수. 바람과 발판과 추진만으로 직접 디디는 하늘. 그런데 돌아온 말은 자신의 기술이 대단하다는 감탄이 아니었다. 비행이 얼마나 무서웠다는 과장도 아니었다.
하늘, 날았어.
주어가 빠져 있었다. 누가 날았는지. 자신이 태워주었다는 사실은 문장에서 증발해 있었고, 남은 것은 하늘과 날았다는 두 단어뿐이었다. 마치 오래전에 잃어버린 무언가를 방금 다시 손에 쥐었다가 놓은 사람의 말투였다. 고맙다는 인사는 그 뒤에 붙었다. 짧고 어눌하고 진심이었다.
로미오는 코트 주머니에 손을 쑤셔 넣었다. 장갑 안의 손끝이 아직 저렸다. 소모의 잔여였다. 케언웨더의 밤바람이 땀이 식은 목덜미를 훑고 지나갔고, 절벽 아래에서 파도가 바위를 때리는 둔탁한 소리가 규칙적으로 올라왔다. 이끼 낀 돌담 위로 관측탑의 불빛이 느리게 회전하며 두 사람의 그림자를 길게 늘였다가 거두었다.
Romeo
"…Don't say it like that."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목소리가 생각보다 낮게 나왔다. 거칠거나 퉁명스러운 것이 아니라, 어디에 놓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한 톤이었다. 로미오는 시선을 비스듬히 돌려 스필의 얼굴 대신 그녀의 어깨 너머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별빛 아래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지워져 있었다.
Romeo
"You make it sound like I did you some huge charity. I just felt like flying. You happened to be there. That's it."
(무슨 엄청난 자선사업이라도 해준 것처럼 말하네. 나는 그냥 날고 싶었고. 네가 거기 있었을 뿐이야. 그게 다야.)
(무슨 엄청난 자선사업이라도 해준 것처럼 말하네. 나는 그냥 날고 싶었고. 네가 거기 있었을 뿐이야. 그게 다야.)
거짓말이었다. 루멘홀드의 담장을 넘은 것도, 7분을 기다린 것도, 착륙 후 팔을 거두는 데 삼 초가 걸린 것도 전부 그냥이 아니었다. 그러나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심장이 이렇게 뛰는 것을 인정하느니, 차라리 우연의 일치라고 우기는 편이 로미오 머로에게는 훨씬 안전했다. 그는 주머니 속에서 초콜릿 바를 하나 꺼내 아무렇지 않게 스필 쪽으로 내밀었다.
Romeo
"Here. Your hands are probably freezing again."
(받아. 또 손 시렵다고 할 거잖아.)
(받아. 또 손 시렵다고 할 거잖아.)
관측탑의 불빛이 다시 한 바퀴 돌아 두 사람을 스쳤다. 로미오의 귀끝이 붉었다. 이번에는 온도 차이 탓이라는 변명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ARCHIVE'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왜 항상 제3의 선택지를 고르는 건데 (0) | 2026.10.26 |
|---|---|
| 죽은 적은 없긴 한데 (0) | 2026.10.26 |
| 야간 비행 (0) | 2026.10.26 |
| 그 조각 (0) | 2026.10.26 |
| 개웃기게 (0) | 2026.1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