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적은 없긴 한데
Romeo Merrow X Spill Rute
Romeo
"…You talk like you've been dead before."
(…너, 죽어본 적 있는 것처럼 말하네.)
그 말은 비꼬려고 한 것이었다. 적어도 입 밖으로 나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실제로 내뱉어진 목소리는 농담도 조롱도 아닌, 반쯤은 진심인 질문에 가까웠다. 로미오는 자신의 입에서 나온 말에 스스로 당황해, 황급히 시선을 돌려 골목 벽의 낙서를 노려보았다. 누군가 각인 잉크로 '솔트포드 만세'라고 긁어놓은 글씨 위에 '꿈 깨'라는 답글이 겹쳐져 있었다.
Romeo
"Forget it. Don't answer that."
(됐어. 대답하지 마.)
Spill
"Romeo, there's no such thing as someone who's dead and still alive. I'm not a ghost."
(로미오 군, 죽었는데 살아있는 사람이 어딨어. 나는 유령 아냐.)
평이한 어조로 답한 스필은 제 어깨에 걸쳐져 있던 로미오의 재킷을 풀어 내렸다. 팔을 옆으로 뻗어 내미는 손이 느긋했다.
Spill
"Here. Take this."
(이거. 가져가.)
죽었는데 살아있는 사람이 어디 있냐는, 지극히 당연하고 명료한 반박에 로미오는 할 말을 잃었다. 그녀는 유령이 아니라고 했다. 그 당연한 사실이 왜 이렇게 생경하게 들리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마치 아주 긴 꿈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꼼지락거리며 그의 재킷을 벗어 내미는 걸 그는 그저 멍하니 지켜볼 뿐이었다.
그녀가 내민 재킷은 그의 손에 닿지 못하고 허공에 머물렀다. 그의 머릿속은 온통 뒤죽박죽이었다.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의 견고했던 세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그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어쩌면 영원히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예감에 휩싸였다.
Romeo
"Just wear it. It's cold."
(그냥 입고 있어. 춥잖아.)
"And stop saying things like that. Things that don't make any sense."
(그리고 그런 말 좀 그만해.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는 그녀의 손에서 재킷을 빼앗듯 가져와, 다시 그녀의 어깨에 거칠게 둘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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