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휘제와 부두제_목걸이
Romeo merrow X Spill Rute
제4부두는 시제품이 터져 나가는 앞쪽 부두들과 달리 졸업생들이 쓰던 중고 마법 도구나 축제 기념품을 파는 벼룩시장에 가까웠다. 햇빛을 가린 남색 차양 아래로 나무 상자들이 끝없이 늘어서 있었다.
그는 스필을 데리고 첫 번째 가판대 앞에 멈춰 섰다. 검은 융단 위에는 유명 스킴 선수들의 결계 발판 모양을 본떠 만든 유리 문진과 색색의 조약돌, 그리고 얇은 구리선으로 엮은 잡동사니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Romeo
"And earlier, you said Rosso's garbage left your tongue tingling. Look around while we find something normal to wash that taste out."
(그리고 아까 로소 새끼 쓰레기 먹고 혀 얼얼하다고 했잖아. 그 맛 지울 만한 정상적인 간식 찾는 김에 적당히 구경이나 해.)
Spill
"정상적인 간식?"
스필의 시선은 모든 물건들에 공평했다. 머무는 시선의 깊이가 비슷했다. 다만 개중 딱 하나, 딱 하나를 딱 삼 초 더 보았다. 그러나 별 말 없이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부러 시치미를 뚝 뗀 채 가판대 위 유리 공예품들을 건성으로 훑어보는 척하던 로미오는, 스필의 금빛 눈동자가 검은 융단 위를 미끄러지듯 지나가다 한 지점에서 멈추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하나, 둘, 셋.
손톱만 한 크기로 매끄럽게 깎인 새빨간 구형 광물이었다. 가느다란 은색 줄에 매달린 그 붉은 알맹이가 남색 차양 틈으로 새어 든 햇빛을 받아 짙게 반짝였다. 왜 하필 저 색깔이지. 내 눈 색깔이랑 비슷해서 본 건가. 아니면 그냥 동그란 돌멩이라서 본 건가. 어느 쪽이든 스필이 다른 잡동사니보다 삼 초나 더 오래 쳐다봤다는 건 이 녀석 기준으로 거의 애원이나 다름없었다.
스필이 아무 미련 없이 고개를 들어 정상적인 간식을 묻자, 로미오는 짐짓 딴청을 피우며 가판대 맞은편에서 고소한 버터 냄새를 풍기는 제과 부스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Romeo
"Over there. Warm sugar waffles without a single mint leaf in sight. Go stand in line first. I need to check if this stall's seller has a broken caliper I lent him last month."
(저기. 박하 잎사귀는 그림자도 안 보이는 따뜻한 설탕 와플 파는 데. 네가 먼저 가서 줄 서 있어. 난 이 가판대 주인한테 지난달에 빌려준 고장 난 캘리퍼스 좀 확인하고 갈 테니까.)
세상에서 제일 엉성한 거짓말이었다. 그는 가판대 주인인 로드스톤 4학년 선배와 얼굴도 모르는 사이였다.
로미오는 스필의 등 뒤를 가볍게 떠밀어 다섯 걸음 떨어진 와플 부스 줄 맨 끝에 세워두었다. 그러고는 스필이 앞을 돌아보는 즉시 잽싸게 가판대로 몸을 돌려, 아까 스필이 삼 초 동안 내려다보던 새빨간 구체 목걸이를 손가락으로 집어 들었다.
Romeo
"How much for this?"
(이거 얼마예요?)
주인이 열두 크라운을 부르자 로미오는 흥정 따위는 생각도 안 하고 단말기를 결제판에 갖다 댔다. 포장용 작은 벨벳 주머니조차 거절한 채 은색 줄을 둘둘 말아 자기 바지 주머니 깊숙이 찔러 넣었다.
결제를 끝낸 그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느긋한 걸음으로 와플 부스 줄에 서 있는 스필의 옆자리로 돌아왔다. 구운 반죽과 녹인 설탕의 달콤한 열기가 두 사람 사이로 훅 끼쳐왔다.
Romeo
"...He didn't have it. Anyway, eat one of these while it's hot. If your tongue still feels like toothpaste after this, I'm going back to Pier Two and flipping Rosso's stove."
(...안 갖고 있다네. 아무튼 이거 뜨거울 때 하나 먹어. 이거 먹고도 혀에서 치약 맛 나면 제2부두로 돌아가서 로소 새끼 스토브 엎어버릴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