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휘제와 부두제_내년에는
Romeo merrow X Spill Rute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리던 로미오의 등 뒤로, 멀리 제1부두 쪽에서 묵직한 뱃고동 소리가 길게 울려 퍼졌다. 곧이어 어두운 항구 하늘 위로 부두제의 밤 행사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첫 번째 축포가 파란 궤적을 그리며 솟구쳤다.
펑, 하는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밤하늘에 거대한 톱니바퀴와 나침반 모양의 광 마법 투영이 화려하게 펼쳐졌다. 개시제의 경건한 아홉 번째 형과는 전혀 다른, 솔트포드 학부생들이 보란 듯이 쏘아 올린 소란스럽고 역동적인 빛의 구조물이었다. 스필이 로미오에게 무언가 말하려 했다. 하지만 조명 터지는 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다.
Spill
"......"
결국 스필은 로미오의 셔츠 허리춤의 끄트머리를 잡아당겼다. 고개를 숙여달라는 뜻이었다.
로미오는 헛기침조차 하지 못한 채, 스필의 눈높이에 맞춰 상체를 깊숙이 숙였다. 두 사람의 거리가 단숨에 좁혀지자 저녁 바닷바람에 실린 스필의 희미한 살내음과 아까 마신 사과주의 달콤한 계피 향이 훅 끼쳐왔다. 곧 로미오는 자신의 귀를 스필의 입술 근처에 주차해두었다. 가까운 거리 때문에 뺨으로 열기가 확 몰렸다.
Romeo
"What is it? Say it again, I'm listening."
(뭔데? 다시 말해봐, 듣고 있으니까.)
Spill
"내년에는... 광휘제에 와, 로미오."
폭죽 소리는 늦게 따라왔다. 선박의 윤곽이 밤하늘 위로 떠오르고, 닻의 둥근 고리가 금빛으로 닫혔으며, 파도 모양의 광 투영이 허공에서 겹겹이 밀려왔다가 흩어졌다. 그 빛이 방파제 난간을 훑고 지나가며 녹슨 철을 잠깐 새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로미오는 숙인 자세 그대로 굳었다. 방금 들은 말이 귀 안쪽에 그대로 박혀서, 바닷바람도 축포도 밀어내지 못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너무 빨리 움직이면 방금 들은 것이 부서질 것 같았다. 붉은 눈이 푸른빛과 금빛을 번갈아 받아 어둠 속에서 잠깐씩 다른 색으로 흔들렸다.
Romeo
"...You want me at Lumenhold's Radiance Festival?"
(...나보고 루멘홀드 광휘제에 오라고?)
묻는 모양새였지만 확인에 가까웠다. 로미오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건방지게 치고 올라오지 못했다. 웃기지도 않았다. 부두제 한가운데서, 솔트포드의 밤하늘 아래에서, 스필이 내년의 루멘홀드를 말한 것이다.
그는 곧장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이 늦어진 것은 망설임 때문이 아니었다. 너무 많은 말이 한꺼번에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라 서로 부딪혔다. 루멘홀드 정문 앞에서 기다리던 시간, 성벽 통로, 등대 암초, 스필이 쇠창살을 붙잡고 잊지 않겠다고 말하던 밤, 그리고 오늘 녹색 드레스 위에 얹힌 붉은 목걸이까지. 전부 한 줄로 꿰인 듯했다.
내년에. 그러니까 그때도 나를 부른다는 거잖아.
로미오의 입매가 비뚤게 올라갔다. 그제야 숨이 나왔다.
Romeo
"Fine. I'll come."
(좋아. 갈게.)
짧은 대답 뒤에, 그는 괜히 턱을 치켜들었다. 방금 전의 정적을 들킨 것이 자존심 상했는지 목소리에 일부러 까칠한 결을 섞었다.
Romeo
"But I'm not standing around like some polite guest while Lumenhold people stare at me like I'm a stain on the carpet."
(근데 루멘홀드 사람들이 나를 카펫 위 얼룩처럼 쳐다보는 동안 얌전한 손님은 못 되어줘.)
또 한 번 빛이 터졌다. 이번에는 은색 돛대들이 밤하늘에 세워졌다가 유리 가루처럼 흩어졌다. 로미오는 그 빛을 등진 채 스필 쪽으로 몸을 조금 돌렸다. 손은 놓지 않았다. 오히려 손가락이 아주 느리게 다시 맞물렸다.
Romeo
"If I go, you show me around. Properly. Your halls, your festival, the boring places you like, the corners everyone else walks past."
(내가 가면 네가 안내해. 제대로. 네 복도, 네 축제, 네가 좋아하는 지루한 장소들, 남들은 그냥 지나치는 구석까지.)
그는 거기서 멈추려다 실패했다. 입술이 한 번 굳게 다물렸다가 열렸다.
Romeo
"And don't invite me like it's nothing, then vanish into some Cordelis crowd."
(그리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불러놓고 코르델리스 인파 속으로 사라지지 마.)
"You asked. So I'm coming for you."
(네가 불렀어. 그러니까 난 너 보러 가는 거야.)
말하고 나서야 로미오는 자신이 너무 노골적인 문장을 던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귀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는 즉시 하늘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다급하게 뻔뻔한 얼굴을 꾸몄다.
Romeo
"No take-backs, Spill." (무르기 없어, 스필.)
말끝이 다소 엉망으로 가라앉았다. 로미오는 그것을 헛기침으로 덮었다. 방파제 아래에서는 물고기들이 아직 스필의 그림자 근처를 맴돌고 있었다. 하늘의 배와 닻과 파도가 수면에 부서져, 밤바다는 잠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검은 덩어리가 아니라 둘의 발밑까지 와 닿은 빛의 조각들로 가득 차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