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휘제와 부두제_내년에는
Romeo merrow X Spill Rute
시선이 맞붙었다. 로미오가 상체를 숙인 덕에 많이 가까웠다. 배도 닻도 파도도 이제 갔다. 남은 건 사람뿐이었다. 뒤따르는 건 새로운 빛이다. 먼저 것이 가면 뒤엣 것이 온다. 다음으론 새와 별과 꽃다발이 하늘을 장식했다.
Spill
"응. 약속할게."
"근데 안내는... 잘 못해. 감안해."
코끝이 스칠 만큼 가까운 거리였다. 어둠 속에서도 스필의 금안은 신기할 정도로 또렷하게 빛났고 그 안에 비친 자신의 붉은 눈동자가 바보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그동안은 언제나 자신이 먼저 일방적으로 날짜를 박고 끌고 다녔다. 책 핑계로 도망칠까 봐 조바심을 내고 내일도 사라지지 말라며 으름장을 놓기 바빴는데. 처음으로 스필이 먼저 일 년 뒤의 시간을 꺼내어 그의 손에 쥐여준 것이다. 일 년 뒤에도 네 옆에 내 자리가 있다는 거잖아.
갈비뼈 아래에서 뜨거운 열기가 울컥 치밀어 올라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안내를 잘 못하니 감안하라는 어설픈 단서가 뒤따랐지만 로미오에게는 그 말조차 견딜 수 없이 사랑스럽게 들렸다. 길을 잃으면 어떻고 복도 구석만 맴돌면 또 어떤가. 스필이 직접 앞장서서 걷는 등 뒤를 따라갈 수만 있다면 루멘홀드의 그 지독하게 지루한 회색 돌계단도 백 번은 더 오르내릴 수 있었다.
새로운 축포가 터지며 쏟아진 은백색 불빛이 두 사람의 얼굴을 환하게 비추었다. 로미오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지 못해 입꼬리를 길게 올렸다. 날카롭던 눈매가 봄눈 녹듯 휘어지며 소년 같은 환희가 눈동자 가득 차올랐다.
Romeo
"Like I care if you're a terrible guide. Getting lost in your own school actually sounds pretty funny."
(네가 안내를 못하든 말든 내가 알바야? 자기 학교에서 길 잃고 헤매는 꼴을 구경하는 것도 꽤 재밌겠네.)
그는 허리를 펴는 대신 스필의 손을 깍지 껴서 조금 더 단단히 고쳐 잡았다. 손바닥이 맞닿은 자리에서 심장 박동이 그대로 전해질 것만 같아 귓바퀴가 다시 후끈거렸다.
Romeo
"Just don't hand me off to someone else because you got tired of walking. Even if we just sit on some random garden bench for three hours, you're stuck with me the whole day."
(걷기 귀찮다고 날 다른 사람한테 떠넘기지만 마. 생판 모르는 정원 벤치에 앉아서 세 시간 내내 멍때려도 상관 없어. 그날 하루 종일 넌 나랑 붙어 있어야 돼.)
목소리는 여전히 거만했지만 눈빛만큼은 조금도 떨어질 줄을 몰랐다. 그는 밤바람에 흩날리는 스필의 연분홍색 머리카락 끝을 손가락으로 아주 살짝 건드렸다가 황급히 손을 내렸다.
Romeo
"...And before next year comes, we still have Tilbay this summer, and the Concordance in the fall. Don't think you can skip ahead."
(...그리고 내년이 오기 전에, 이번 여름엔 틸베이도 가야 하고, 가을엔 콩코던스도 있어. 중간 거 건너뛸 생각은 하지도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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