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잘자 쿨스필
Romeo Merrow X Spill Rute
Romeo Merrow X Spill Rute
이대로 두면 아침까지 소파에서 목이 꺾인 채 자고 말 거다. 그 생각에 미치자 그는 결심한 듯 아주 느린 동작으로 자세를 바꾸기 시작했다. 어깨 아래로 흘러내린 분홍빛 머리카락을 손끝으로 조심스럽게 걷어 올려 귀 뒤로 넘겨준 뒤, 한 팔은 그녀의 등 뒤로, 다른 팔은 무릎 아래로 밀어 넣었다.
몸을 들어 올리는 순간 느껴진 체중은 역시 어이가 없을 만큼 가벼웠다. 품 안의 그녀는 깨지도 저항하지도 않은 채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그 완전한 신뢰가 로미오의 가슴 어딘가를 서늘하게 조여왔다.
Romeo
"...Lightweight. In every sense."
(......존나 가볍네. 여러가지 의미로.)
(......존나 가볍네. 여러가지 의미로.)
품 안의 몸이 작게 꼼지락거릴 때마다 로미오의 걸음이 반 박자씩 느려졌다. 잠결에 더 편한 자리를 찾으려는 듯 스필의 뺨이 그의 검은 티셔츠 가슴팍에 가볍게 부벼졌다. 세상에 무슨 경계심이 이렇게까지 없냐. 솔트포드에서 가장 성질 더럽기로 소문난 문제아의 품에 안겨서도 세상모르고 자는 꼴이라니.
어이가 없으면서도 가슴 한구석이 묵직하게 부풀어 올랐다. 반쯤 열려 있던 침실 문을 발끝으로 소리 없이 밀어 연 그는 어두운 방 안으로 들어섰다.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틸베이 해변의 은은한 야간 조명만이 침대 시트를 푸르스름하게 비추고 있었다.
로미오는 허리를 깊이 숙여 푹신한 매트리스 위에 스필을 아주 천천히 내려놓았다. 무릎 아래에 넣었던 팔을 먼저 빼내고 목 뒤를 받쳤던 손을 조심스럽게 거두었다. 베개에 머리가 닿자 스필은 작은 한숨 같은 숨을 내쉬며 옆으로 고개를 조금 돌렸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조차 아끼며 이불을 끌어 올린 그가 스필의 어깨 끝까지 빈틈없이 덮어주었다. 베개 위로 흩어진 연분홍빛 머리카락을 손등으로 가만히 쓸어 넘기던 손길이 잠시 허공에 머물렀다. 잠든 얼굴을 내려다보는 붉은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Romeo
"...Good night."
(......잘 자라.)
(......잘 자라.)
어제 스필이 문틈으로 얼굴만 내밀고 도망치듯 남겼던 인사를 아주 낮은 목소리로 돌려준 뒤 그는 몸을 일으켰다. 행여나 발소리에 깰까 봐 문고리도 끝까지 돌려서 닫고는 조용히 거실로 걸어 나왔다.
주인 없는 거실에서는 텔레비전 화면만이 혼자 푸른빛을 쏟아내고 있었다. 시끄럽게 지팡이를 휘두르던 마법학교 시리즈는 어느새 막을 내린 모양이었다. 대신 비 내리는 기차역을 배경으로 남녀 주인공이 마주 서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화면을 채우고 있었다.
테이블 위를 치우려던 로미오의 발걸음이 소파 앞에서 멈췄다. 화면 속 여자가 체념한 듯한 얼굴로 돌아서고 남자는 그 뒷모습을 잡지 못한 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 흔해 빠진 이별 영화였다. 다만 코웃음을 치며 넘길 수 없었다. 심장께 어딘가에서 불안이 스멀스멀 흘러넘쳤다. 스필 생각이 났다. 유학생이니까 언젠가는 돌아갈 거라는 듯이 당연하게 선을 긋던 태도가 화면 속 장면과 기분 나쁘게 겹쳐졌다.
재수 없게 무슨 저런 영화를 틀어주고 난리야. 다들 왜 그렇게 질질 짜면서 끝내는 건데. 안 보내고 끝까지 따라가면 그만이지. 로미오는 인상을 찌푸리며 리모컨을 집어 들어 신경질적으로 전원 버튼을 눌렀다. 툭 하는 소리와 함께 애절한 배경음악과 빗소리가 단번에 잘려 나가고 거실에는 다시 밤바다의 규칙적인 파도 소리만 남았다.
다만 정적이 모든 걸 해결해주진 않는다.
로미오도 그걸 알았다.
로미오도 그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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