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비행_2Romeo Merrow X Spill Rute Spill "Merrow."(머로 군.) 땅에 두 발을 딛게 된 스필이 나직한 목소리를 냈다. 다시 한 번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고 이제는 닿지 못 할 거리였다. Spill "I flew through the sky. I really did."(하늘, 날았어. 정말로.) 그리고 뒤돌아 이렇게 말했다. Spill "So... thank you."(응, 그러니까... 고마워.) 로미오는 멈추었다. 숨을 고르던 ..
2026.10.26그게 사실이라면, 그게 사실이라면 당신은 지금 나와 함께 살고있는 거야. 내가 당신을 기억하니까.
김보영, 당신에게 가고 있어
그런 생각을 하자니 떠오르는 곳이 있더라, 마지막 장소로는 거기가 좋을 것 같았어.
김보영,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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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야간 비행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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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야간 비행
야간 비행Romeo Merrow X Spill Rute 로미오는 시선을 앞에 두고 속도를 유지하는 데만 집중하면 되었다. 케언웨더 근해의 밤바다가 발밑 수백 미터 아래에서 검은 비단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벨하벤의 불빛은 이미 등 뒤로 멀어져, 그들을 둘러싼 것은 바람과 별빛뿐이었다. 그때, 가슴팍에 밀착된 작은 등이 움직였다. 스필이 한 팔을 허공으로 뻗었다. 로미오의 시선이 저절로 내려갔다. 그 팔은 무언가를 붙잡으려는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를 부르는 것도, 균형을 잡으려 허우적대는 것도 아니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무엇을 다시 만져보려는 듯, 느리고 고요한 동작이었다. 창백한 손가락 사이로 차가운 바..
2026.10.26 -
ARCHIVE 그 조각
그 조각Romeo Merrow X Spill Rute 세상이 뒤집히는 데 걸리는 시간은 반 초도 되지 않았다. 발바닥에서 지지대가 사라지는 순간 로미오의 위장이 갈비뼈 아래로 처박혔고, 귓가에서는 바람이 젖은 천을 찢는 것 같은 소리를 내며 울부짖었다. 강물의 잿빛 표면이 거대한 손바닥처럼 쳐올라왔다가, 로프의 탄성이 잡아채자 다시 멀어졌다. 낙하 중에도 그는 습관처럼 세 가지를 확인했다. 로프의 장력, 감속 결계가 만드는 미세한 저항의 층, 그리고 팔 안쪽에 갇힌 작은 몸의 무게. 그 무게가 미친 듯이 가벼웠다. 버둥거리지도, 매달리지도 않았다. 로미오는 고개를 틀었다. 비명을 지르고 있을 줄 알았다. 최소한 눈을 질끈 감고 ..
2026.10.26 -
ARCHIVE 개웃기게
개웃기게Romeo Merrow X Spill Rute 큰길로 나오자 하프타이드는 방금 전의 골목과 전혀 다른 생물처럼 살아 있었다. 전차 선로 위로 번지는 습한 전등빛, 우산 끝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소리, 늦은 저녁 기름 냄새와 차 잎 향이 서로를 밀치며 섞였다. 간판들 아래로 양교 학생들이 스쳐 지났고, 각자의 색은 달라도 젖은 어깨를 터는 동작만큼은 비슷했다. 로미오는 시선을 흘리며 상점들을 훑다가, 차양 바깥 큰길 모퉁이에 붙은 공중단말과 그 옆 편의 가판대를 동시에 발견했다. 광고판 아래에는 NFC 충전 안내와 전차 시간표가 번쩍였고, 가판대 앞에는 값싼 노트, 펜, 봉투, 충전 케이블 같은 것들이 매달려 있었다. 그는 그 앞에서 우뚝 멈췄다. 말도 없..
2026.10.26 -
ARCHIVE 빵강도
뭐라는거Romeo Merrow X Spill Rute 그는 반사적으로 스필의 앞을 향해 성큼 내디뎠다. 가지 마. 그렇게 말해야 하는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대신 그의 손이 먼저 움직였다. 뻗어 나간 손은 스필의 팔을 붙잡는 대신, 그녀가 들고 있던 종이 꾸러미를 낚아채듯 빼앗아 들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따뜻하고 고소한 빵 냄새가 확 풍겼다. 로미오는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닫고 순간 멈칫했다. 이건 완전히 강도나 하는 짓이다. 하지만 이미 저지른 일이었다. 그는 빵 봉투를 든 자신의 손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돌아볼 것이 분명한 스필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비어버렸다. 어떡하지. 여기서 뭐라고 해야 하지...
2026.10.26 -
ARCHIVE 첫만남
첫만남Romeo Merrow X Spill Rute 하프타이드의 밤은 두 학교 사이에 걸쳐 있는 저지대답게, 언제나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냄새가 난다. 튀김 기름과 맥주 거품, 상시등의 미지근한 빛, 그리고 그 위로 얇게 깔린 바다 냄새. 골목 하나만 꺾으면 세상은 순식간에 좁아지고, 벽돌 벽에 새겨진 유지 각인이 낡은 별자리처럼 희미하게 맥동한다. 그 벽이 지금 스필의 등을 받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누군가한테 벽으로 밀쳐졌다. 솔트포드 필드 재킷을 입은 두터운 팔이 스필의 머리 옆 벽돌을 짚었다. 소맷단 안감에서 엿보이는 벌워크의 주황색이 선명했다. 각인된 접지선이 상시등 아래에서 가느다랗게 빛을 튕겼다. 거대한 그림자가 골목의 남은 ..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