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에 완전을 덧대어Romeo Merrow X Spill Rute Spill "로미오, 뭔가 준비했지.""불법은 준비한 거 있을 때만... 응, 보여줄 거 있을 때만 하잖아." 단맛에 혀끝이 절여진 채 덤덤하게 폐부를 찌르는 말에 로미오의 눈썹 한쪽이 사납게 치켜 올라갔다. 보여줄 게 있을 때만 불법을 저지른다는 그 묘하게 정확한 분석이 어처구니가 없으면서도 귓바퀴를 찌릿하게 달궜다. 반박할 말이 마땅치 않았다. 실제로 지난번 연구동 침투도 그랬고 케언웨더 야간 비행도 그랬으니까. 제 방식을 저렇게 태연하게 요약해 버리는 꼴을 보고 있자니 기가 찼다. 스필이 먼저 망설임 없이 ..
2026.10.26그게 사실이라면, 그게 사실이라면 당신은 지금 나와 함께 살고있는 거야. 내가 당신을 기억하니까.
김보영, 당신에게 가고 있어
그런 생각을 하자니 떠오르는 곳이 있더라, 마지막 장소로는 거기가 좋을 것 같았어.
김보영,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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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솔직히 말해 너 아프지
솔직히 말해 너 아프지Romeo merrow X Spill Rute Spill "...가림 풀어봐." 한마디 덧붙였다. Spill "감정은 안 읽어."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등판의 둔통이 척추를 타고 올라오며 어금니까지 울렸다. 괜찮다고, 부러진 데 없다고 방금 호언장담한 입이 말라붙었다. 그녀에게 거짓말을 한 건 아니었다. 부러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마. 하지만 괜찮다고 말한 건 거짓말이었다. 그리고 스필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 Romeo "...You said you don't read emoti..
2026.10.26 -
ARCHIVE 187cm짜리 멍
187cm짜리 멍이 어딨는데Romeo merrow X Spill Rute 반만 가져가겠다고 했다. 로미오는 그 기술의 이름과 원리를 알고 있었다. 그가 얼어붙은 것은 찰나였다. 다음 순간, 그의 손이 스필의 손목을 덮쳐 잡았다. Romeo "Don't."(하지 마.) 짧고 단호했다. 허세도, 도발도, 농담의 여지도 없는 한 마디였다. 그는 스필의 손목을 잡은 채 그녀의 눈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빛의 구체가 두 사람 사이에서 흔들려, 금빛 눈동자 위로 그림자가 지나갔다. Romeo "You pass out on me again and I'll have t..
2026.10.26 -
ARCHIVE 버려진 등대에서
버려진 등대에서Romeo merrow X Spill Rute 로미오는 스필의 손을 잡은 채, 렌즈를 둘러싼 좁은 철제 난간 쪽으로 걸어갔다. 발밑의 격자무늬 바닥 너머로 아찔하게 아래층이 내려다보였다. 그는 소금기와 해무에 뿌옇게 변한 유리창 앞에 섰다. Romeo "This is the best part. Not the squeaky stairs or the whining wind."(이게 진짜지. 삐걱거리는 계단이나 징징대는 바람 말고.) 그는 깍지 낀 손을 주머니에서 빼냈다. 그리고는 스필의 손을 놓는 대신, 그녀의 손목을 부드럽게 잡아 이끌어 제 손바닥을 유리창에 가져다 댔다. 그의 손바..
2026.10.26 -
ARCHIVE 괴짜 둘
수습Romeo merrow X Spill Rute Spill "이상해? 그게." 스필은 고개를 까딱였다. Spill "사람들은 나랑 오래 있고 싶지 않아 해. 애초에 말을 잘 안 걸어. 로미오처럼 오래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없진 않았지만, 드물어.""그럼 로미오도 이상한 사람인 거야. ...비슷한 이야기 전에도 했는데." 그녀의 문장에는 자기연민 같은 것이 없었다. 습하면 비가 오고, 겨울이면 해가 짧다는 것과 같은 톤이었다. 사실의 진술. 그것이 오히려 더 깊은 곳을 찔렀다. 로미오는 그녀가 혼자 앉아 있던 루멘홀드 정원의 벤치를 떠..
2026.10.26 -
ARCHIVE 세지 않는 두 번째 1분
세지 않는 두 번째 1분Romeo merrow X Spill Rute Spill "로미오, 1분 안 세고 있지." 스필이 물었다. 저도 세고 있지 않은 시간이었다. 진짜로 1분. 하지만 그녀석도 방금 전의 기묘한 1분처럼 몸집을 불리고 있을 뿐이었다. 로미오는 스필의 지적에 어깨를 으쓱였다. 그는 난간에 기댄 채 팔짱을 풀고, 대신 한 손으로 턱을 괴었다. 스필이 조금 전까지 하고 있던 자세였다. Romeo "You weren't counting either. So we're even."(너도 안 세고 있었잖아. 그럼 쌤쌤이지.) 그는 그렇게 말..
2026.10.26 -
ARCHIVE 세지 않는 1분
세지 않는 1분Romeo merrow X Spill Rute Romeo "One more minute. Then I'll walk you to the station. Happy?"(1분만 더. 그다음엔 역까지 데려다줄게. 됐지?) 바람이 지붕 위를 훑고 지나갔다. 아래 골목의 웃음소리가 조금 잦아들고, 멀리 항구의 경고등이 일정한 간격으로 어둠을 갈랐다. 로미오는 난간에서 손을 떼지 않은 채 스필의 옆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든 말든, 그는 그 1분을 세지 않을 생각이었다. Spill "응." 하지만 스필도 1분을 세지 않..
2026.10.26 -
ARCHIVE 3월 9일 밤_2
3월 9일 밤Romeo merrow X Spill Rute 그냥 들고 있다는 말이 녹슨 철제 계단을 오르는 로미오의 발목을 붙잡았다. 서랍에 넣는 것보다 더 지독한 대답이었다. 버리지도 못하고 잊지도 못한 채, 그저 무겁게 들고 있다는 말. 그의 등 뒤에서 들려오는 스필의 발소리가 쿵, 쿵, 하고 제 심장 소리처럼 울렸다. 로미오는 대답 없이 마지막 계단을 밟고 평평한 지붕 위로 올라섰다. 낡은 콘크리트 바닥과 녹슨 안전 난간으로 둘러싸인, 버려진 공간이었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하프타이드의 그 어떤 술집 창가에서도 볼 수 없는 풍경이 펼쳐졌다. 운하의 푸른 가스등 불빛이 발아래로 길게 이어졌고, 그 끝에는 솔트로우 항구의 거대한..
2026.10.26 -
ARCHIVE 3월 9일 밤
3월 9일 밤Romeo merrow X Spill Rute Spill "신경 안 써. 학교는 학교야. 졸업하면 그냥 기록이 될 뿐이야." 지나온 모든 기억이 그랬다. 기록이 될 뿐이었다. 켜켜이 쌓인 양피지 더미처럼 스필의 안에 쌓였다. 로미오는 반박하려고 숨을 들이켰다가 그대로 멈췄다. 죽은 언어에 대한 비아냥이라면 백 가지쯤 더 꺼낼 수 있었다. 프리마 링구아가 실험실에서 얼마나 비효율적인지에 대해서는 한 시간도 떠들 수 있었다. 그런데 스필이 짚은 것은 언어가 아니었다. 높낮이 없는 목소리로 그녀가 마지막에 덧붙인 문장이 더 거슬렸다. 졸업하면 그냥 기록이 될 뿐이야. 가스..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