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7월에서Romeo merrow X Spill Rute 로미오는 삼십 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정문 앞 난간에 팔을 걸치고 서서 동부선 방향의 길을 몇 번이고 내려다보았다. 오후의 열기는 아직 돌담에 눌어붙어 있었다. 담장 너머로는 방학을 맞아 짐을 끌고 나오는 학생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오늘 그는 교복을 입지 않았다. 소매를 두 번쯤 걷어붙인 짙은 남색 셔츠에 얇은 회색 겉옷, 그리고 어깨에는 작은 더플백 하나. 머리카락은 평소처럼 흐트러져 있었지만 어제 저녁 내내 거울 앞에서 골랐다는 사실은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으면 했다. 여섯 시가 되기 삼 분 전, 담장 안쪽에서 익숙한 연분홍색이 보였다. ..
2026.10.27그게 사실이라면, 그게 사실이라면 당신은 지금 나와 함께 살고있는 거야. 내가 당신을 기억하니까.
김보영, 당신에게 가고 있어
그런 생각을 하자니 떠오르는 곳이 있더라, 마지막 장소로는 거기가 좋을 것 같았어.
김보영,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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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그 7월에서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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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그 7월에서_1
그 7월에서Romeo merrow X Spill Rute 6월의 마지막 두 주는 로미오가 기대했던 것과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부두제가 끝난 다음 날부터 대표팀 합동 훈련 일정표가 갱신되었다. 오전에는 벌워크 해안 구조 실습이 있었고 오후에는 팀 단위 연계 훈련이 잡혔으며 밤에는 전술 회의가 이어졌다. 수니바 케르는 그가 윈드워드 시절 버릇대로 혼자 앞서 나갈 때마다 훈련을 멈추고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네 뒤에 누가 남았지, 머로. 대답을 못 하면 처음부터 다시였다. 방파제 끝에서 젖은 장갑을 벗어 던지며 욕을 삼킨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주말은 비워 둔다던 말은 첫 주 토요일에 이미 무너졌다. 올해 콩코던스 경기..
2026.10.27 -
ARCHIVE 광휘제와 부두제_잘 가(FIN.)
광휘제와 부두제_잘 가Romeo merrow X Spill Rute 벨하벤 중앙역에서 내려 순환선으로 갈아타고 루멘홀드가 자리한 언덕길을 걸어 올라가는 내내 여름밤의 공기는 제법 선선했다. 오늘 밤의 루멘홀드는 평소와 달랐다. 높이 솟은 고딕 양식의 첨탑과 스테인드글라스 창문마다 광휘제 무도회를 밝히는 화려한 금빛 조명이 새어 나왔고 멀리서 현악기 합주 소리가 바람을 타고 아련하게 흘러내렸다. 단정하게 차려입은 외부 귀빈들과 동문들이 정문 근처를 오가고 있었다. 무도회장 안에 있었으면 지금쯤 저 답답한 음악에 맞춰 서 있었겠지. 내 옆에서 생선 샌드위치나 먹고 낮잠이나 자는 대신에. 스필의 목덜미에서 가로등 불빛..
2026.10.27 -
ARCHIVE 광휘제와 부두제_내년에는(2)
광휘제와 부두제_내년에는Romeo merrow X Spill Rute 시선이 맞붙었다. 로미오가 상체를 숙인 덕에 많이 가까웠다. 배도 닻도 파도도 이제 갔다. 남은 건 사람뿐이었다. 뒤따르는 건 새로운 빛이다. 먼저 것이 가면 뒤엣 것이 온다. 다음으론 새와 별과 꽃다발이 하늘을 장식했다. Spill "응. 약속할게.""근데 안내는... 잘 못해. 감안해." 코끝이 스칠 만큼 가까운 거리였다. 어둠 속에서도 스필의 금안은 신기할 정도로 또렷하게 빛났고 그 안에 비친 자신의 붉은 눈동자가 바보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그동안은 언제나 자신이 먼저 일방적으로 날짜를 박고 끌고 다녔다...
2026.10.27 -
ARCHIVE 광휘제와 부두제_내년에는
광휘제와 부두제_내년에는Romeo merrow X Spill Rute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리던 로미오의 등 뒤로, 멀리 제1부두 쪽에서 묵직한 뱃고동 소리가 길게 울려 퍼졌다. 곧이어 어두운 항구 하늘 위로 부두제의 밤 행사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첫 번째 축포가 파란 궤적을 그리며 솟구쳤다. 펑, 하는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밤하늘에 거대한 톱니바퀴와 나침반 모양의 광 마법 투영이 화려하게 펼쳐졌다. 개시제의 경건한 아홉 번째 형과는 전혀 다른, 솔트포드 학부생들이 보란 듯이 쏘아 올린 소란스럽고 역동적인 빛의 구조물이었다. 스필이 로미오에게 무언가 말하려 했다. 하지만 조명 터지는 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다. ..
2026.10.27 -
ARCHIVE 광휘제와 부두제_밤바다가 뭐가 어려워
광휘제와 부두제_밤바다가 뭐가 어려워Romeo merrow X Spill Rute Spill "밤바다는 아무것도 안 보여서... 어려워." 방파제 끝 반원형 전망대에 발이 닿자 등 뒤의 축제 소음이 물먹은 솜처럼 둔탁하게 가라앉았다. 대신 발밑의 거친 현무암 테트라포드 사이로 검은 바닷물이 밀려들었다가 빠져나가는 소리가 발목 아래에서 낮게 울렸다. 축축한 소금기를 머금은 밤바람이 로미오의 노출된 팔뚝을 서늘하게 훑고 지나갔다. 손바닥 안에 잡힌 스필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로미오는 스필의 시선이 맞잡은 손등에서 칠흑 같은 수평선으로 옮겨가는 것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바다..
2026.10.27 -
ARCHIVE 광휘제와 부두제_용혈석
광휘제와 부두제Romeo merrow X Spill Rute Spill "그렇네. 아마 그렇게 말했을 것 같아." 스필이 순순히 인정하며 고등어를 오물거리자 로미오의 어깨에서 빳빳한 날을 세우던 긴장이 빠졌다. 볼이 볼록해진 채 생선을 씹는 얼굴을 보니 아까 줄을 서서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Spill "로미오는 이 광물, ...뭔지 알고 사온 거야?" 이어진 질문에 로미오의 시선이 스필의 쇄골 위에서 붉게 반짝이는 구체 펜던트로 내려앉았다. 상시등의 주황빛 아래에서도 탁해지지 않고 유독 깊고 선명한 붉은빛을 머금은 돌이었다. 그..
2026.10.27 -
ARCHIVE 광휘제와 부두제_목걸이의 진실
광휘제와 부두제Romeo merrow X Spill Rute 로미오가 고등어구이 노점 줄에 합류한 지 채 일 분도 지나지 않았다. 부스를 정리하고 저녁을 먹으러 나오던 익숙한 세 명의 그림자가 천막 구석에 얌전히 서 있는 스필을 발견하고 멈춰 섰다. 물에 빠졌다가 나와서 머리카락이 반쯤 마른 이루카가 제일 먼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옆에서 각설탕을 아작아작 씹던 로소와 안경을 고쳐 쓰는 오닉스의 시선이 동시에 스필의 몸을 감싼 거대한 벌워크 재킷과 그 아래로 드러난 진녹색 드레스 자락에 꽂혔다. Iruka "Hold on. Spill? You're still here? Wait, isn't toda..
2026.10.27 -
ARCHIVE 광휘제와 부두제_쥐가 난 손
광휘제와 부두제Romeo merrow X Spill Rute 높게 떠 있던 해가 서쪽 수평선 너머로 천천히 가라앉으며 솔트로우 항구의 하늘을 붉은 구릿빛과 보랏빛으로 물들였다. 수면 위 시범 경기장이 비워지고, 부두 가로등에 걸린 상시등들이 하나둘 주황색 불을 밝혔다. 거의 두 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로미오는 조각상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스필의 머리 무게가 실린 오른쪽 팔뚝은 일찌감치 감각이 무뎌져 저릿저릿한 쥐가 올라왔지만, 그는 행여나 팔 근육이 움찔거려 잠든 녀석이 깰까 봐 숨소리까지 죽였다. 새근거리는 규칙적인 숨결이 그의 반팔 소매 끝을 간지럽히고, 기울어진 햇살 속에서 스필의 목선에 걸린 붉은 구체 목걸..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