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휘제와 부두제Romeo merrow X Spill Rute 로미오가 고등어구이 노점 줄에 합류한 지 채 일 분도 지나지 않았다. 부스를 정리하고 저녁을 먹으러 나오던 익숙한 세 명의 그림자가 천막 구석에 얌전히 서 있는 스필을 발견하고 멈춰 섰다. 물에 빠졌다가 나와서 머리카락이 반쯤 마른 이루카가 제일 먼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옆에서 각설탕을 아작아작 씹던 로소와 안경을 고쳐 쓰는 오닉스의 시선이 동시에 스필의 몸을 감싼 거대한 벌워크 재킷과 그 아래로 드러난 진녹색 드레스 자락에 꽂혔다. Iruka "Hold on. Spill? You're still here? Wait, isn't toda..
2026.10.27그게 사실이라면, 그게 사실이라면 당신은 지금 나와 함께 살고있는 거야. 내가 당신을 기억하니까.
김보영, 당신에게 가고 있어
그런 생각을 하자니 떠오르는 곳이 있더라, 마지막 장소로는 거기가 좋을 것 같았어.
김보영,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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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광휘제와 부두제_목걸이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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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광휘제와 부두제_쥐가 난 손
광휘제와 부두제Romeo merrow X Spill Rute 높게 떠 있던 해가 서쪽 수평선 너머로 천천히 가라앉으며 솔트로우 항구의 하늘을 붉은 구릿빛과 보랏빛으로 물들였다. 수면 위 시범 경기장이 비워지고, 부두 가로등에 걸린 상시등들이 하나둘 주황색 불을 밝혔다. 거의 두 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로미오는 조각상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스필의 머리 무게가 실린 오른쪽 팔뚝은 일찌감치 감각이 무뎌져 저릿저릿한 쥐가 올라왔지만, 그는 행여나 팔 근육이 움찔거려 잠든 녀석이 깰까 봐 숨소리까지 죽였다. 새근거리는 규칙적인 숨결이 그의 반팔 소매 끝을 간지럽히고, 기울어진 햇살 속에서 스필의 목선에 걸린 붉은 구체 목걸..
2026.10.27 -
ARCHIVE 광휘제와 부두제_납작 해파리와 덜 만들어진 진흙 인형
광휘제와 부두제_납작Romeo merrow X Spill Rute 장막 너머의 두 번째 전시실은 첫 번째 방보다 조도가 한층 더 낮았고, 허공 곳곳에 둥둥 떠 있는 반투명한 결계 구슬들이 낮은 현악기 공명음 같은 진동을 머금고 있었다. 로미오는 그중 스필의 눈높이에 떠 있는 가장 커다란 청록색 결계 구슬 앞으로 그녀를 데려갔다. Romeo "Here. Put your palm against this one—don't cast anything, just touch the surface."(여기. 이 위에 손바닥 대봐. 시전 같은 건 하지 말고 그냥 표면만 만져.) 스필의 작은 손바닥이 공중에 떠 ..
2026.10.27 -
ARCHIVE 광휘제와 부두제_목걸이를 걸어줘
광휘제와 부두제_목걸이Romeo merrow X Spill Rute 로미오는 자기 몫의 와플은 한 손에 대충 쥔 채, 다른 손을 여전히 바지 주머니 속에 찔러 넣고 있었다. 언제 주지. 그냥 지금 주나. 아까 네가 삼 초 동안 쳐다봐서 샀다고 하면 또 그 멍한 눈을 깜빡이면서 이상한 소리를 할 텐데. 그렇다고 주머니에 넣은 채로 벨하벤까지 돌려보낼 수는 없다. 내일이면 대부분의 것들을 잊어버리는 녀석인데. 이것에 시선을 주었다는 것도 금방 잊을 텐데. 로미오는 괜히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걸음을 멈췄다. 그리곤 주머니에서 은색 체인 끝에 대롱거리는 새빨간 구체 목걸이를 거칠게 꺼내 스필의 눈앞에 불쑥 내밀었다. ..
2026.10.27 -
ARCHIVE 광휘제와 부두제_목걸이 샀어
광휘제와 부두제_목걸이Romeo merrow X Spill Rute 제4부두는 시제품이 터져 나가는 앞쪽 부두들과 달리 졸업생들이 쓰던 중고 마법 도구나 축제 기념품을 파는 벼룩시장에 가까웠다. 햇빛을 가린 남색 차양 아래로 나무 상자들이 끝없이 늘어서 있었다. 그는 스필을 데리고 첫 번째 가판대 앞에 멈춰 섰다. 검은 융단 위에는 유명 스킴 선수들의 결계 발판 모양을 본떠 만든 유리 문진과 색색의 조약돌, 그리고 얇은 구리선으로 엮은 잡동사니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Romeo "And earlier, you said Rosso's garbage left your tongue tingling. Lo..
2026.10.26 -
ARCHIVE 광휘제와 부두제_스킴
광휘제와 부두제Romeo merrow X Spill Rute 방금 전까지만 해도 축제 한복판에서 항구에 뛰어들 생각 없다고 잘라 말했는데. ‘볼래’라는 짧은 한마디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귀에서 열이 확 올랐다. 이 녀석이 저런 식으로 원하는 걸 똑바로 말할 때마다 거절하는 법을 모르겠다. 애초에 거절할 생각도 없었지만. Romeo "...You're seriously annoying. Don't move a single step from this stair, got it?"(...너 진짜 성가셔. 이 계단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마. 알았냐?) 말과는 달리 입꼬리는 이미 건방지게 말려 올라가 있었..
2026.10.26 -
ARCHIVE 창살 하나 사이에 두고
창살 하나 사이에 두고Romeo Merrow X Spill Rute 루멘홀드의 철제 정문이 둔탁한 마찰음을 내며 닫히는 순간까지 로미오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멀어지는 작은 뒷모습을 눈으로 좇으며 그는 비로소 폐부 깊숙이 차가운 밤공기를 들이마셨다. 이대로 돌아설 생각이었다. 얌전히 기숙사 현관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하프타이드로 향하는 전차를 타러 내려가면 그만인 일이었다. 자갈을 밟는 발소리가 별안간 멎었다. 어둠 속에서 작은 그림자가 멈칫하더니, 황급히 돌아섰다. 허겁지겁 되돌아 뛰어오는 발소리가 고요한 정적을 두드렸다. 로미오는 놀라 저도 모르게 주머니에서 손을 빼며 상체를 앞으로..
2026.10.26 -
ARCHIVE 기현상
기현상Romeo Merrow X Spill Rute 스필의 말이 맞았다. 5분을 세든 10분을 세든 어차피 일어날 생각 따위는 없었다. 손목에 감아 쥔 손가락 끝으로 잔잔한 온기가 전해졌다. 제자리에 박제하듯 눌러둔 손아귀의 힘을 스필은 털어내지 않았고, 로미오는 그 방치를 누렸다. 그때였다. 바다 저편, 칠흑 같던 수면 아래에서 은은한 금빛이 피어올랐다. 처음에는 불꽃놀이의 잔광이 물결에 굴절되어 비친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빛은 사그라지지 않고 물길을 가르며 빠르게 다가왔다. 하나가 아니었다. 수십, 수백 마리의 금빛 물고기들이 꼬리를 흔들며 암초 바로 아래 수면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물고기들은 암초 ..
2026.10.26 -
ARCHIVE 벽
벽Romeo Merrow X Spill Rute 어깨에 닿은 무게는 가벼웠다. 로미오는 몸을 굳혔다. 숨을 들이쉬는 것도 멈춘 채, 어깨뼈를 단단히 세워 그 무게를 그대로 받쳐 들었다. 남색 코트의 후드 천이 뺨 옆을 살짝 스쳤다. 머리카락 몇 가닥이 재킷 깃 위로 흘러내리는 감각이 목덜미를 간질였다. 그는 그 자리에 돌처럼 박힌 채 아무런 동작도 취하지 못했다. Spill "나중에라도 로미오가 후회 안 했으면 좋겠어. 애초부터 안 할 수 있으면... 그러면 좋잖아." "화낼 줄 알았는데. 보통은 그러니까." 그 목소리는 바닷바..
2026.10.26